한국일보

요즘 ‘젊은 유방암’ 늘었다는데… “미슬토 주사, 효과 입증 안 돼”

2025-07-24 (목) 12:00:00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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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언 삼성서울병원 유방암센터장

▶ 수술 없이도 낫고 생존율 매우 높지만 환자 점점 늘고 15년 지나도 재발 가능
▶ 암 종류 따라 진료비 지원기간 달라야

요즘 ‘젊은 유방암’ 늘었다는데… “미슬토 주사, 효과 입증 안 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이정언 유방암센터장(유방외과 교수)이 유방암의 치료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수술 전 항암 치료만으로 암이 없어지는 비율이 특정 유방암은 75%에 달합니다.”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만난 이정언 유방암센터장(유방외과 교수)은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유방암 치료가 점차 수술 범위를 줄이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한국유방암학회 이사장으로 취임한 그는 “한국에서 연간 3만 명의 유방암 환자가 새로 발생하는데, 일본 사례에 비춰 보면 앞으로도 환자 수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유방암은 10년, 15년 지나도 재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산정특례 기간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건강보험 산정특례는 암 종류와 무관하게 진단일로부터 5년간 적용되며, 이 기간 환자는 진료비의 5%만 부담하면 된다. 이 교수는 “면역력을 높인다면서 미슬토 주사를 권하는 경우가 많은데,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바 없어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젊은 유방암 환자가 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유방암학회 통계를 보면 젊은층 환자도 늘었지만, 50~70세 환자가 더 늘었습니다. 전 연령에서 골고루 늘고 있다고 보는 게 맞아요. 앞으로도 환자 수는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본 인구가 우리나라의 약 2.5배 되는데, 우리나라보다 서구화한 식습관이 더 빨리 자리 잡은 일본에서 연간 10만~13만 명의 유방암 환자가 발생하거든요. 우리나라는 연간 3만 명 정도니까 앞으로 환자가 더 늘 가능성이 있는 거죠.

-젊은 유방암 환자는 예후가 어떻습니까.

유방암은 암세포 표면에 에스트로겐 수용체,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사람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2형(HER2)이라는 단백질이 있는지(양성), 없는지(음성)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뉩니다. 그중 삼중음성 유방암은 세 가지가 모두 없는 유방암이에요. 40세 이하 연령대에서 더 많이 발병하는데, 암의 진행 속도가 빠르고 전이와 재발 위험도 높습니다. 전체 유방암 환자의 3분의 2는 여성호르몬 수용체(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양성인 유방암인데, 35세 이하일 때 이런 유방암이 생긴 경우 재발 위험이 더 높아요.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가 어렵다면서요.

여성호르몬 수용체가 있으면 해당 수용체를, HER2가 있으면 HER2를 겨냥한 약을 씁니다. 하지만 삼중음성 유방암은 수용체가 없으니까 상대적으로 치료법이 적어요.

과거에는 수술 전 먼저 항암치료를 하면 암이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이 30~35% 정도 됐어요. 그런데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최근엔 50%로 높아졌고, 면역관문억제제(면역체계의 관문 역할을 하는 특정 단백질을 차단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게 돕는 약)까지 쓰면 해당 비율이 60%로도 올라갑니다.

-재발을 막으려면 고기를 먹지 말아야 하나요.

고기나 우유는 먹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돼지고기처럼 기름기 많은 음식을 아예 끊는 환자들이 있어요. 극단적인 식단 관리가 유방암 재발률을 줄인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습니다. 호르몬 치료를 도중에 중단하면 재발률이 올라가기 때문에 5~10년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해요. 면역력을 높인다는 미슬토 주사도 효과가 입증된 적 없고, 비타민D 주사가 유방암 재발률에 미치는 영향은 연구에 따라 결과가 달라요. 설령 도움이 된다고 해도 긍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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