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韓, 전례 없는 ‘괴물 폭우’에 전국 쑥대밭…인명·재산피해 눈덩이

2025-07-20 (일) 09: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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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새 가평·산청 쑥대밭…충남·광주선 수해 복구 구슬땀

▶ 중대본 “사망·실종 28명…매몰·실종자 수색 총력”

韓, 전례 없는 ‘괴물 폭우’에 전국 쑥대밭…인명·재산피해 눈덩이

20일(한국시간) 오후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에서 새벽 시간에 쏟아진 폭우로 다리가 파손되어 있다. [연합뉴스]

'극한 호우'라는 전례 없는 괴물 비구름이 닷새간 한반도를 훑고 지나가자 전국 곳곳이 쑥대밭으로 변했다.

주말새 경기 가평과 경남 산청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며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이미 큰 피해를 본 충남과 광주에서는 휴일 내내 수해 복구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20일(이하 한국시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전국에서 사망자가 17명, 실종자가 11명 발생했다. 수색 당국은 매몰·실종자 찾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하루 300㎜ 쏟아진 산청…인명 피해 몰려

지난 19일 하루 300㎜에 육박하는 비가 쏟아진 경남 산청지역의 호우 관련 피해 집계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20일 경남도 재난안전대책본부와 경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도내 인명피해는 사망 8명, 중상 2명, 실종 6명(매몰추정) 등으로 집계됐다.

피해자 대부분은 유출된 토사에 매몰돼 변을 당했다.

경남도가 잠정 집계한 대피 인원은 이날 오전 11시 현재 5천871가구·7천591명이다.

이 가운데 4천400가구·5천517명이 귀가했지만 1천471가구·2천74명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산청·합천 지역 11개소(마을 단위)는 현재까지 전기 공급이 되지 않고 있다. 산청 일부 지역에서는 통신장애도 발생해 전화와 인터넷 연결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다.


산청군은 집중호우가 퍼붓자 전날 오후 1시 50분께 '전 군민은 지금 즉시 안전지대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라는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단일 지자체가 극한 호우를 이유로 일부 읍면동이 아닌 관할하는 전 지역을 대상으로 대피를 권고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지난 16일부터 4일간 산청군 시천면에 누적 강수량 798㎜를 기록하는 등 산청군 일대에는 나흘간 632㎜의 극한 호우가 퍼부었다.

이어 함안군 583.5㎜, 합천군 532.2㎜, 창녕군 374㎜, 하동군 369.5㎜ 순으로 호우가 이어졌다.

20일 새벽 내린 폭우로 경기 가평군에서는 2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44분께 가평군 조종면 신상리에서 펜션 건물이 무너져 4명이 매몰됐다.

이 중 3명은 구조됐으나 70대 여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4시 20분께에는 대보리 대보교에서 40대 남성 B씨가 물에 떠내려오다 다리 구조물에 걸려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가평군에는 조종면 등 지역에 오전 3시 30분을 전후해 시간당 76㎜가 쏟아졌으며 일 누적 강수량은 오전 9시 30분까지 197.5㎜를 기록했다.

◇ 물바다 된 광주·전북·충남, 수해 복구 구슬땀

집중호우가 그치고 오랜만에 맑은 날씨를 보인 20일 오전부터 충남 아산시 염치읍 일원에서는 본격적인 수해 복구작업이 진행됐다.

곡교리 일원은 지난 16일부터 이어진 폭우에 마을 대부분이 잠겼었다.

400㎜가 넘는 기록적인 강수에 하천물이 불어났고, 마침 만조가 겹쳐 아산만으로 물이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피해를 더 키웠다.

당시 물이 키가 작은 어르신 가슴 높이까지, 저지대 빌라 2층 가까이 차올랐다.

아산시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은 상가·주택 등에서 물에 젖은 내부 집기류를 꺼내고, 내부 흙탕물을 씻어내는 데 여념이 없었다.

정모(63) 씨가 운영하는 식당에서도 물에 젖은 그릇과 가구 등을 꺼내는 작업이 이뤄졌다.

정씨는 "우리 집은 비교적 피해가 덜하다고 생각했는데 복구하면 할수록 피해가 크고 일이 많다"며 "식구끼리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했는데, 자원봉사자분들이 도와주셔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날 아산시를 비롯해 수해를 당한 충남 곳곳에서 복구 작업이 이뤄졌다.

홍성군에서는 공직자 400여명이 딸기 농장과 축사 등 복구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고, 서산에서도 봉사단과 경찰 기동대·군인 등 180여명이 침수 주택 청소 등을 했다.

서산시는 침수 피해 주택가와 공원 등에서 특별 방역 소독도 했다.

수마가 할퀴고 간 전남 나주시에서도 복구 작업의 손길이 이어지며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지난 17일부터 전날까지 410㎜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동네 전체가 물에 잠긴 다시면 본촌마을 주민들은 아침부터 이웃들과 함께 진흙 제거와 가재도구 정리에 나섰다.

침수된 주택에 홀로 사는 노인을 위해 마을 이장과 인근 주민들이 나서 일손을 거들었고, 광주에서 온 자녀와 손주들도 합세해 성한 곳 하나 없는 전자기기를 집 밖으로 꺼내 한데 모았다.

진흙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집 안은 흙탕물이 마르면서 진흙과 물로 뒤엉켜 있었고, 허리춤까지 차오른 빗물 탓에 주민들은 "엄두가 나질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광주·전남에서 지난 17일부터 하루에만 400㎜ 넘는 최악의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곳곳에서 농경지 유실, 주택·도로 침수 피해가 일어났다.

◇ 닷새간 28명 사망·실종…재산 피해 집계 눈덩이

중대본과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닷새간 전국에 내린 극한 호우로 사망자가 17명, 실종자가 11명 발생했다.

지역별로 보면 사망자는 경기 오산 1명, 가평 2명, 충남 서산 2명, 당진 1명, 경남 산청 10명, 광주 북구 1명이다. 실종자는 광주 북구 1명, 가평 5명, 포천 1명, 산청 4명이 나왔다.

구조·구급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인명피해 현황은 앞으로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시설피해도 늘어 도로 침수와 토사유실, 하천시설 붕괴 등 공공시설 피해가 1천999건, 건축물·농경지 침수 등 사유시설 피해가 2천238건으로 파악됐다.

이번 집중호우 피해로 몸을 피한 주민은 15개 시도, 95개 시군구에서 9천782세대, 1만3천492명으로 집계됐다.

임시 주거 시설을 제공받은 주민은 1천629세대, 2천444명이다.

호우가 계속되면서 항공기 62편이 결항했고, 일반국도 8개소가 통제됐다.

철도는 대곡∼의정부 교외선이 토사 유입으로 운행이 중지됐고 나머지 열차는 정상 운행 중이다.

지난 16일부터 이날 오후 5시까지 지역별 총 누적강수량은 산청 793.5㎜, 합천 699.0㎜, 하동 621.5㎜, 광양 617.5㎜, 창녕 600㎜, 함안 584.5㎜, 서산 578.3㎜, 담양 552.5㎜ 등이다.

오후 5시까지 지역별 일 누적 강수량은 가평이 197.5㎜, 의정부 178.5㎜, 경기 양주 154.5㎜ 등으로 경기권에 호우가 집중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최근 계속된 폭우로 큰 피해를 본 지역에 대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조속히 선포하는 방안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윤호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행정안전부 장관)은 "이재민들이 임시대피시설에 있는 동안 불편함이 없도록 구호 물품 등을 세심히 챙기고 조속히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응급 복구에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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