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상 계엄심의권 침해·사후 선포문·체포저지 등 5개 혐의…외환 혐의는 이번 기소선 빠져
▶ “구속 연장해도 조사 담보 어렵다” 구속 9일만에 기소… “향후 조사 불응시 체포영장 강제수사”
▶ 3개 특검 중 첫 기소…남은 4개월 수사기간 尹외환 및 한덕수·이상민 등 국무위원 수사 박차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특검의 수사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한국시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출석하고 있다. 2025.7.9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19일(이하 한국시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윤 전 대통령이 재판에 넘겨진 건 지난 1월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에 의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파면된 후인 5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각각 기소된 후 세 번째다.
특검팀은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조사 시도가 무의미하다고 보고 구속기간 연장 없이 '조기 기소'를 결정했다.
수사 개시 한 달 만에 의혹의 '몸통' 기소에 성공한 특검팀은 남은 수사 기간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불법 비상계엄 공범들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각종 의혹 수사를 위해 함께 출범한 3대 특검 가운데 첫 기소 사례다.
특검팀은 이날 오후 2시 40분 윤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공용서류손상, 대통령경호법 위반, 특수공무집행방해,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외관만 갖추려 일부만 소집함으로써 참석하지 못한 국무위원 9명의 헌법상 권한인 계엄 심의·의결권을 침해한 혐의를 받는다.
비상계엄 해제 후에 계엄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부서(서명)한 문서에 의해 이뤄진 것처럼 허위 계엄 선포문을 만들고, 대통령기록물이자 공용 서류인 이 문건을 파쇄해 폐기한 혐의도 있다.
박지영 특별검사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헌법상 마련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사전 통제장치를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헌정질서 파괴 뜻은 추호도 없었다'는 허위 사실이 담긴 PG(프레스 가이던스·언론 대응을 위한 정부 입장)를 외신에 전파하도록 지시하고, 수사를 대비해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의 비화폰 통신 기록 삭제를 지시하고, 대통령경호처에 올해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도록 한 혐의도 받는다.
특검팀은 계엄 선포 명분을 쌓기 위해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북한을 도발하려 했다는 외환 혐의는 공소장에 담지 않았다.
혐의 자체에 군사 기밀이 포함될 수밖에 없는 데다 한창 수사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지난 14일 윤 전 대통령에게 일반이적 및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드론작전사령부, 국방부, 방쳡사령부 등을 전방위 압수수색했고, 지난 17일 김용대 드론사령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오는 20일에도 김 사령관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외환 혐의 수사 진척 상황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이 다시 추가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 수사를 위해 출정 조사를 다시 요청하고,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 받겠다는 계획이다.
특검팀이 윤 전 대통령을 최대 20일간 구속수사할 수 있음에도 구속 9일 만인 이날 '조기 기소'를 택한 것은 윤 전 대통령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비춰 추가 조사 시도가 무의미하다는 판단이 깔렸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을 지난 10일 구속한 뒤 여러 차례 대면조사를 시도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건강상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
이후 강제구인도 세 차례 시도했지만, 서울구치소가 전직 대통령을 물리력을 행사해 강제로 데리고 가는 것이 어렵다며 주저하면서 이마저 불발됐다.
이에 지난 16일 박억수 특별검사보가 강제구인 지휘를 하려 직접 서울구치소를 방문하려 했지만, 윤 전 대통령이 마지막 불복 카드인 구속적부심사를 꺼내들면서 보류됐다.
윤 전 대통령은 전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적부심 심문에 출석해 30분간 간수치 악화 등을 호소했지만, 법원은 "청구 이유가 없다"며 기각했다.
이에 특검팀이 윤 전 대통령 대면조사를 위해 강제인치에 다시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더 이상의 조사 시도가 무의미하다고 보고 구속기간 연장 없이 조기 기소를 택했다.
구속적부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직접 발언을 하는 과정에서 혐의와 관련해서도 어느 정도 진술을 확보했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박 특검보는 "구속적부심사 기각 결정 후 내부 논의를 통해 구속영장 발부 이후 참고인 등을 상대로 추가 조사 및 증거 수집이 충분히 이뤄졌고, 구속 기간을 연장하더라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실효성 있는 조사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금일 공소를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속영장 발부 이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관련 수사가 이뤄지지 않아 아쉽게 생각한다"며 "윤 전 대통령의 수사 과정에서의 행태는 재판에 현출시켜 양형에 반영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18일 수사를 개시한 지 한 달 만에 '몸통'격인 윤 전 대통령 기소에 성공한 특검팀은 남은 수사기간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는 물론 허위 계엄 선포문 작성 혐의 공범으로 지목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의혹을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특검팀의 수사기간은 최장 150일로 4개월가량 남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