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적 아시아 전문가·지한파…2002년 우리 정부 훈장 받아
▶ 김대중·이재용 등과 친분…재단 “비전가이자 진정한 애국자”

에드윈 퓰너 2017년 2월 워싱턴DC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에드윈 퓰너. [연합뉴스]
미국 보수 진영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창립자 에드윈 퓰너가 8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고 재단이 18일 밝혔다.
고인은 1973년 수도 워싱턴DC에 헤리티지재단을 공동 창립했으며 1977년부터 37년간 최장수 이사장을 역임하며 보수 가치를 정책으로 구현하는 데 힘을 쏟았다.
작은 정책 연구소로 출발했던 헤리티지재단은 그의 리더십 아래 미국 보수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핵심 기구로 성장했다. 뉴욕타임스는 퓰너를 '보수주의라는 거대 도시의 파르테논(신전)'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특히 재단은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집권 시기에 자유 시장 경제, 작은 정부, 개인의 자유, 강력한 국방 등 보수 가치를 전면에 내세워 미국 보수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레이건은 1989년 퓰너에게 '대통령 시민훈장'을 수여했다.
2016년 대선 과정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후보의 정책 자문을 맡았으며 이후 대통령직 인수팀에 몸담았다. 재단은 2023년 트럼프 재집권을 대비해 차기 보수 정부의 국정과제를 담은 '프로젝트 2025'를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보수 인사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퓰너는 미국 내 대표적인 아시아 전문가이자 지한파(知韓派) 인사이기도 하다.
200여차례 한국을 방문했던 퓰너는 국내 정·재계 인사들과도 각별한 친분을 유지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는 한미 양국에서 만남을 이어가며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막역한 사이였다. 2002년 한미 우호관계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한국 정부로부터 수교훈장 광화장을 받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는 1980년대 초반부터 40년간 친분을 유지해왔으며,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과도 친분이 있다.
1941년 시카고에서 부동산 회사를 운영하던 부모 밑에서 태어난 퓰너는 레지스대를 졸업한 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워싱턴DC의 싱크탱크와 인연을 맺었으며, 이후 멜빈 레이어 전 공화당 하원의원의 보좌관 생활을 하다가 1973년 창립 멤버로 헤리티지재단에 몸담았다.
퓰너는 '사람이 곧 정책'이라는 좌우명 아래 보수 진영의 인재 양성에도 열정적으로 나섰다. 또 "워싱턴에는 영원한 승리도, 영원한 패배도 없다"며 보수 진영에 결코 안주하거나 낙담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재단은 이날 성명에서 "그는 단순한 지도자를 넘어, 비전가이자 건설자, 진정한 애국자였다"며 "미국을 인류 역사상 가장 자유롭고 번영한 국가로 만든 원칙을 수호하려는 그의 의지는 보수주의 운동의 모든 근간을 형성했으며,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