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로 강수량 증가
▶ 통상 시간당 30㎜ 호우 기준인데 충남 서산 114㎜ 당진 98㎜ ‘훌쩍’
▶ ‘좁은 띠’ 구름에 수증기 공급 원인
▶ 야행성 폭우 더 잦아져 주의해야
▶ 남부, 오늘 시간당 최대 80㎜ 예보

17일 충남 예산군 삽교읍 용동3리 일대 마을이 폭우로 침수돼 있다. [연합]
며칠 새 쏟아진 역대급 ‘물폭탄’ 탓에 전국 곳곳이 피해를 입었다. 지난 17일 하루에만 충남 서산에는 438.9㎜, 광주엔 426.4㎜가 내렸다. 평년이라면 7월 한 달간 내렸을 강수량보다 훨씬 많은 비가 하루 동안 쏟아진 셈이다. 이 정도 비는 100~200년에 한 번 올 법한 양이라 ‘괴물 폭우’라 불린다. 또, 충남 서산과 홍성에는 같은 날 새벽 1시간 만에 각각 114.9㎜와 98.2㎜의 비가 내려 호우(큰 비) 기준으로 삼는 ‘시간당 강수량 30㎜’를 훌쩍 뛰어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영향으로 이런 폭우가 점점 더 강하게,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비일상의 일상화”(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가 진행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번 폭우는 선상강수대(적란운이 띠처럼 연속으로 이어져 많은 비가 내리는 현상)가 형성되면서 퍼부었다. 성질이 다른 두 기단 사이로 ‘좁고 긴 비구름띠’가 만들어져 비가 쏟아졌다는 얘기다.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남서풍이 불며 비를 만드는 ‘발전소’ 격인 비구름에 ‘연료’인 수증기도 다량 공급됐다. 물론 동서로 길고 좁게 선상강수대가 형성되거나, 여름철에 부는 남서풍 자체는 기상학적으로 새로울 게 없다.
주목할 건 한반도 남쪽 해수 온도가 높아져 고온다습한 공기가 많이 유입되기 쉬운 조건이 됐다는 점이다. 여기에 기압계 배치상 띠 모양 비구름대가 한 지역에 오래 머무는 상황이 공교롭게 겹치면서 특정 지역에서 하늘이 뚫린 듯 많은 비가 쏟아졌다. 예컨대 16일부터 사흘간 광주나 전남 나주에는 400㎜ 넘는 비가 왔지만, 인근의 전남 영암군·장흥군의 누적 강수량은 25~90㎜ 안팎이었다.
김해동 교수는 “최근 남쪽 해수 온도가 30도 정도인데, 그로 인해 뜨거운 공기가 유입되고 대기 불안정으로 강한 비를 뿌리는 연직운(수직으로 두껍게 발달한 구름)이 발달하게 됐다”며 “(기후변화 영향으로) 최근에는 100년에 한 번 찾아올 법한 강수가 곳곳에서 매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은철 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통계적으로 시간당 100㎜ 이상의 강한 비가 잦아지는 상황”이라며 “예단할 수는 없지만 기후변화 시나리오상 한반도의 강수량과 강수 강도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좁은 지역에 집중 폭우가 내리는 현상은 규모가 작아 (강수의) 수명이 짧고, 예보 가능 시간도 짧아질 수밖에 없다”며 예보가 매우 어렵다고 했다. 이에 기상청도 2023년부터 강한 호우가 관측된 지역에 호우긴급재난문자(CBS)를 발송해 빠른 대피가 가능하도록 알리고 있다.
여름철 호우기에 또 주의할 점은, 보통 잠자리에 드는 밤 시간에 낮보다 더 센 비가 내리는 ‘야행성 폭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점이다. 16일 저녁부터 17일 새벽에 충남에 퍼부은 폭우가 대표적이다. 이는 대기 하층인 약 3㎞ 고도에서 부는 빠른 바람인 ‘하층제트’ 영향으로 발생한다. 낮 동안에는 지표면 부근 공기가 달궈지며 위로 상승해 하층제트를 가로막는 장애물처럼 작용하지만, 밤에는 이러한 걸림돌이 없다보니 하층제트가 ‘연료’인 열대수증기를 빠르게 수송하게 된다.
기상청은 19일 오전까지 일부 남부지방에 시간당 50~80㎜의 강한 비가 내리겠다며 유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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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나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