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산시, 옹벽 붕괴 1년 전 민원에도 “이상 없다” 답변

2025-07-19 (토) 12:00:00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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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옹벽 활처럼 휘어 우려” 신고

▶ 반대 옹벽, 2018년 무너져 보강
▶ “시·LH·시공사 책임 모두 따져야”

1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오산에 사는 남모(62)씨는 지난해 3월 오산시 도로과에 전화해 “(가장교차로 고가도로의) 보강토(특수재료로 단단히 다진 흙)가 흘러나와 옹벽 배가 불러 있다. 활처럼 휘어 있을 정도니 조치해야 한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오산시는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고, 남씨가 다시 전화를 걸어 조치 여부를 묻자 “직접 현장에 가서 체크했는데 이상이 없었다”고 답했다고 한다.

옹벽이 서 있는 이 도로는 오산뿐 아니라 경기도 수원, 화성을 오가는 시민들의 출퇴근 주요 길목이다. 남씨도 매일 이 도로를 지났다고 한다.

그는 한국일보와 한 통화에서 지난해 신고 당시 옹벽 상태에 대해 “불룩하게 나와 윙보디 차(문이 양쪽으로 열리는 형태의 화물차)들은 해당 구간을 지나면서 벽에 긁혀 흠집이 날 정도였다”면서 “눈으로 보기에도 많이 튀어 나와 있었다”고 설명했다.


남씨는 사고 당일에도 붕괴 두 시간 전인 오후 5시쯤 이 도로를 지났다. 그는 “사고를 당하신 분이 고교 1학년생인 딸이 있다고 들었는데 나도 아이들이 있어 더 마음이 아프다”며 “두 시간만 늦게 퇴근했어도 내가 희생자가 될 수 있었다. 1년여 전에 오산시에 이야기했는데 방치하다가 사고가 났다는 생각에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분명한 인재라는 얘기다.

사고가 난 도로의 반대편 옹벽은 2018년 무너져 보강공사를 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번 사고 원인을 규명할 때 오산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시공사 책임을 모두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도로는 LH가 2011년 준공해 이듬해 오산시에 기부채납한 뒤, 시가 관리해왔다. 전도현 오산시의회 의원(조국혁신당)은 “2018년 사고가 난 도로 반대편 옹벽이 무너졌다는 점에 비춰볼 때 공법이나 시공상의 문제도 있었다고 본다”면서 “무너진 쪽만 보강하고 반대편은 보강하지 않은 오산시뿐 아니라 LH의 책임과 시공사 책임도 함께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강토 옹벽 내부 지지 구조. 보강토 옹벽 내부는 격자구조로 조립한 철근(지오그리드) 점토, 자갈 등을 채워넣는 구조다. 국토교통부 건설공사 보강토 옹벽 설계^시공 및 유지관리 잠정지침 해당 옹벽에 적용된 그리드 시공 방식은 시공사 입장에서는 비용이 저렴해 선호하지만 설계·시공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붕괴될 우려가 크다. 한 토목·건설 전문가는 “그리드 방식으로 보강토 옹벽을 시공할때는 시공하는 그리드 사이에 채워 넣는 골재가 중요하다”면서 “점토는 모래, 자갈보다 가격은 싸지만, 같은 양의 비가 내렸을 때 세 배가량 물을 많이 머금어 터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해당 구간 시공사인 현대건설 관계자는 “2011년 준공했던 만큼 하자보수 책임 기간인 10년이 이미 지났다”면서 “LH에서 발주한 대로 시공했고, 골재 충전 등은 하청사가 담당했다”고 답했다.

곽수현 한국시설안전협회장은 “그리드 공법 옹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배수”라면서 “옹벽이 폭발하듯이 터지는 형상을 보였던 점을 보면 배수 구멍이 막혀 토사가 유출되다 동공이 생겼고, 많은 비로 토압이 증가해 붕괴했을 가능성이 커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해 이미 벽이 불룩해졌던 현상이 있었다면 즉시 관리주체인 시청이나 구청이 배수구멍을 확인해 뚫었어야 한다”면서 “이런 붕괴는 하루아침에, 또는 비가 많이 온다고 이뤄진 것이 아니고 몇 년 동안 쭉 진행돼 발생한 현상으로 보인다”며 안타까워했다.

오산시 관계자는 지난해 3월 민원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진행했던 옹벽 정밀안전점검에서 이상이 없었다고 나왔기 때문에 작년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17일 수사전담팀을 편성하고 중대시민재해 적용 여부 등 수사를 진행 중이다.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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