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지사 행정명령에 서명
▶ 주택·학교 등 ‘신속 재건’
▶ 보험사 배상 지급 지연에 피해자 70% 복구시작 못해
사상 최악의 LA 산불이 발생한지 6개월이 지난 가운데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주택과 학교 재건을 가속화하기 위해 지방 정부의 허가요건을 일시적으로 면제하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하지만 주 정부의 ‘신속 재건’이라는 구호와는 정반대로 산불 피해자들의 70%는 보험사의 보상금 지급지연과 거부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섬 주지사는 지난 7일 주택과 학교 재건을 가속화하기 위해 특정 주 및 지방정부의 허가 요건을 일시적으로 면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행정명령에는 주택 소유자에게 태양광 설비 설치의무를 즉각적으로 유예하고, 향후 적용예정이었던 주 건축 기준 변경사항도 연기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행정명령은 지난 1월 펠리세이즈와 알타데나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의 재건속도를 높이기 위해 주정부가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는 것의 일환이다. 지난 3월 뉴섬 주지사는 펠리세이즈와 이튼 화재 지역에서 전기와 가스, 물, 하수, 통신 인프라 등을 공공 서비스의 재공급에 나서는 업체들이 준수해야 할 캘리포니아 환경법(CEQA)을 면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도 서명한 바 있다.
뉴섬 주지사는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산불 후속조치를 시행하고 있고 1만가구의 주택 잔해가 예정보다 몇 달 앞서 제거됐다”며 “우리는 재건의 첫걸음을 내딛고 있으며 명확한 계획과 강력한 파트너십 그리고 시급성을 바탕으로 재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주정부의 ‘신속 재건’이라는 구호 뒤에는 산불 피해자들의 처절한 현실이 가려져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산불 피해자의 70%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지연, 거부하거나 피해 규모보다 보상액을 적게 지불했다”고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알타데나 지역의 평균 주택가격은 130만달러에 달하지만, 보험사들의 보상 지급액은 주택 가치와 비교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수십 년간 일군 삶의 터전이 한순간 잿더미로 변한 산불 피해자들은 이제 보험사와의 전쟁을 치러야 하는 막막한 현실과 맞닥뜨린 것이다.
알타데나 시의회 의장인 빅토리아 냅은 “이건 알타데나와 LA 카운티, 캘리포니아 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이 나라에서 보험료를 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토네이도, 허리케인, 홍수가 나면 같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법적으로 지급받아야 할 보상금이 없다면, 가장 부유한 사람들만 재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산불 피해자들은 수개월, 수년간 보상금을 두고 보험사와 싸우면서 재건비용을 충당할 수십만 달러를 저축해 두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LA카운티 경제개발공사에 따르면 LA 도심 북쪽의 이튼 화재와 해안을 따라 발생한 펠리세이드 화재로 인해 540억달러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LA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가 매년 발생하고 있고 피해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사들의 책임을 묻는 극한기상생존자연합’의 설립자인 시에라 코스는 “이들 재난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재난이 가속화되고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가운데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계속 인상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그러면서 “재난은 점점 더 빈번해지고 심각해지고 있으며, 우리는 이 순간의 긴급성에 부응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박홍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