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덕복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문덕복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가 간 이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생명이 위중해야만 간 이식을 받을 수 있는 게 아닌데,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병원에서 간의 손상이 심해 자연적인 회복이 불가능한, 비가역적 상태라고 진단받았다면 미리 간 이식을 받는 게 좋습니다.”
이달 11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문덕복 간 이식·간담도외과 교수는 “중환자실까지 갈 몸 상태에선 간 이식을 받더라도 회복이 온전히 안 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B형·C형 간염에 따른 간 이식 빈도는 줄었지만, 알코올성 간질환으로 인한 간 이식 비율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 추세”라며 “과도한 음주는 몸에 결코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최근엔 중국 칭화대의 초청으로 현지에서 생체 간 이식을 집도하는 모습이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문 교수를 포함한 아산병원 간 이식팀의 수술을 중국 외과의사 2만여 명이 시청했다. 그는 “한국의 간 이식 기술은 세계에서도 선두권”이라며 “성공적인 수술을 위한 한국 간 이식의 우수한 원칙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간 이식의 원인이 되는 질환은 무엇입니까.“크게 보면 세 가지예요. 급성 간부전과 만성 간부전, 간암입니다. 종양의 위치가 수술하기 어려운 곳에 있거나 종양이 커서 수술하기 힘든 경우에는 간 이식을 고려할 수 있어요. 급성 간부전은 평소 간 질환이 없던 사람에게서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으로, 황달이나 혈액응고장애 등이 나타납니다. 치료를 빨리 하지 않으면 혼수상태에 빠지고 뇌부종으로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요. 만성 간부전은 B형 간염과 C형 간염, 알코올성 간질환 등에 의해 간 기능이 계속 악화되는 것을 말합니다. 만성 간부전 환자라도 간 손상이 심해 자연적인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라면 간 이식을 받아야 합니다.”
-알코올성 간질환이 크게 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예전에는 전체 간이식의 70~80% 안팎이 B형 간염 때문이었어요. C형 간염과 알코올성 간질환이 나머지를 차지했고요. 그런데 지금은 전체 간 이식의 절반 정도가 알코올성 간질환이 원인입니다. 과음으로 인해 간 이식을 받게 되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는 거예요.”
-생체 간 이식과 뇌사자 간 이식은 무엇이 다릅니까.“뇌사자 간 이식은 간 전체를 이식하는 ‘통간이식’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한국은 간 이식 수요에 비해 뇌사자가 간을 기증하는 경우가 적어 생체 간 이식을 많이 진행해요. 생체 간 이식은 살아 있는 사람에게서 간 일부를 떼어 이식하는 ‘부분 간 이식’입니다. 간은 크게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눌 수 있는데, 성인 생체 간 이식은 보통 크기가 큰 오른쪽 간을 이식합니다. 공여자(간을 주는 사람)의 간 60~70%를 떼어내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아요. 소아 간 이식이나 2대1 생체 간 이식(두 명의 간을 떼어서 한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을 할 때 왼쪽 간을 주로 이식합니다.”
-2대1 간 이식 시 몸의 거부반응이 더 심하진 않나요.“간 이식이 성공하려면 수혜자(간을 이식받는 사람)의 몸무게 대비 0.8% 이상의 간을 이식받아야 해요. 이식받는 간의 크기가 여기에 못 미치면 다른 사람의 간을 더 보태야 합니다. 수혜자의 몸무게가 80㎏이면 640g의 간을 이식 받아야 하는데, 이식받을 간이 500g이라면 나머지 140g은 다른 사람에게서 받아야 하는 거예요. 면역억제제를 쓰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간 두 개를 이식받았다고 해서 몸의 거부반응이 심하거나 그렇진 않습니다.”
2대1 생체 간 이식은 아산병원 이승규 석좌교수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고안한 수술법이다. 기증자 두 명에게서 간 일부를 받아 이식하기 때문에 기증자의 간이 이상적인 조건에 꼭 맞지 않더라도 간 이식이 가능하다. 아산병원에서 현재까지 이뤄진 2대1 생체 간 이식은 650례에 달한다. 아산병원의 전체 간 이식은 1992년 8월 처음으로 뇌사자 간 이식을 시작한 이후 지난달 9,000례를 기록했다. 단일 의료기관으로는 세계 최다 기록이다.
<
변태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