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포스트(WP) 전문의에게 듣는다
▶ 상당수는 음식과 햇빛 통해 충분히 섭취하고 있어
▶ 버섯·연어 등 식품과 15분 이상 햇빛 쬐기 도움
▶ 75세 이상 및 골다공증·크론병 등은 보충제 필요
워싱턴포스트(WP) 객원 칼럼니스트이자 하버드 의대 교수로 브리검 앤 위민스 병원 예방의학과장을 맡고 있는 조앤 E. 맨슨 박사가“비타민 D의 효능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되면서, 나도 충분히 섭취하고 있는지 걱정이 된다. 보충제를 꼭 먹어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나는 수십 년간 비타민 D를 연구해 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식단, 강화 식품, 햇빛을 통해 충분한 비타민 D를 섭취하고 있다. 건강한 대부분의 성인은 굳이 비타민 D 보충제에 돈을 쓸 필요가 없다. 우리는 소량에서 중간 정도의 비타민 D만 필요하며, 더 많이 먹는다고 더 좋은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아무도 보충제가 필요 없다는 말일까? 꼭 그렇진 않다. 일부 집단은 추가적인 비타민 D 복용이 도움이 된다. 여기에는 75세 이상 노인, 골다공증 치료 중인 사람, 크론병 같은 질환을 가진 사람 등이 포함된다. 모유 수유 중인 아기에게도 보충이 권장된다.
이 사실은 다소 놀라울 수 있다. 수년간 사람들은 비타민 D를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왔다. 암, 심혈관 질환, 당뇨병, 골절 등 다양한 만성 질환의 위험을 낮춰준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 동안 진행된 대규모 무작위 임상시험들은 비타민 D가 기대만큼 만능 해결책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결론적으로, 대부분의 미국인은 이미 식단과 햇빛을 통해 충분한 비타민 D를 섭취하고 있다.
■비타민 D가 심장병과 암을 예방할 수 있나
비타민 D에 대한 인식 변화는 많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를 이해하려면 관찰 연구와 무작위 임상시험의 차이를 먼저 알아야 한다. 관찰 연구는 말 그대로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고, 무작위 시험은 사람들에게 실험적으로 약을 투여하거나 위약을 주는 등 조건을 조작해가며 효과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과거의 관찰 연구들은 비타민 D 수치와 만성 질환 위험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었지만, 이는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없고 다른 요인 때문일 수도 있었다.
2009년, 나와 동료들은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비타민 D 보충제가 심장병, 뇌졸중, 암을 예방할 수 있는지를 보다 명확히 밝히기 위한 전국적 무작위 임상시험인 VITAL 연구가 그것이다.
이 연구는 약 2만 6천 명의 성인을 모집해 5년간 추적 관찰했고, 참가자들은 하루 2,000 IU의 비타민 D 또는 위약을 복용하게 했다. 누가 어떤 것을 복용하는지는 본인도 몰랐다.
2019년에 발표된 초기 결과에 따르면, 심혈관 질환이나 암의 발생률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감소는 없었다. 다른 무작위 시험들에서도 이들 질환에 대해 비타민 D 보충제의 명확한 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우리는 8만 3천 명 이상이 참여한 21건의 임상시험을 분석한 메타분석을 수행했는데, 이 중 어느 시험에서도 심혈관에 대한 이점은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는 이어서 VITAL 데이터를 바탕으로 여러 연구를 더 진행했고, 그 결과 비타민 D 보충제가 인지 저하, 우울증, 호흡기 질환, 제2형 당뇨병, 황반변성, 심방세동 등 다양한 건강 문제의 위험을 낮추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편 2022년 발표된 보고서에서는 비타민 D가 골절 발생률을 낮추지 못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골절 예방은 그동안 비타민 D의 대표적 이점으로 여겨져 왔던 부분이다.
■몇 가지 유망한 결과들
즉, 비타민 D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하지만 네 가지 주요 영역에서는 잠재적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올해 5월, 우리는 VITAL 연구에서 하루 2,000 IU의 비타민 D 보충제가 텔로미어 길이 감소를 막는 데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끝을 보호해 DNA 손상을 방지하는 구조로, 그 길이는 노화 관련 질환의 위험과 연관되어 있다. 이 결과는 비타민 D가 노화 관련 생물학적 경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비타민 D가 염증의 지표인 C-반응성 단백질(CRP)의 수치를 낮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는 이러한 항염 작용이 비타민 D가 텔로미어 감소를 방지하고 류머티즘 관절염이나 건선과 같은 자가면역 질환의 위험을 낮춘 배경일 수 있다고 본다. 이들 질환은 염증과 깊은 관련이 있다.
실제로 비타민 D는 자가면역 질환의 발생 위험을 약 22% 낮췄으며, 2년 이상 꾸준히 복용한 경우 효과가 더 컸다. 또한 진행성(전이성 혹은 치명적인) 암의 발생률도 위약군보다 17% 낮았다. 단, 그 외의 일반 암 발생률은 유의미하게 낮아지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들은 고무적이지만, 임상 지침을 바꾸기엔 아직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비타민 D 검사를 받아야 할까
비타민 D 결핍 위험이 높은 집단에 속한다면, 보충제 복용과 혈중 비타민 D 수치 검사를 의사와 상의해보는 것이 좋다. 여기에는 식사량이 적고 햇빛 노출이 부족한 요양원 거주자, 심한 유당불내증 등 특정 식이 제한이 있는 사람, 크론병이나 셀리악병 같은 흡수 장애 질환을 가진 사람, 골다공증 또는 기타 뼈 관련 질환 치료 중인 사람이 포함된다.
또한 75세 이상 성인은 건강 상태와 무관하게 보충제의 혜택을 볼 수 있다. 이는 나이가 들수록 장의 흡수율과 피부에서의 비타민 D 합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 단체는 모유 수유 중인 영아와 임산부에게도 비타민 D 보충을 권장한다.
그 외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비타민 D 검사는 돈 낭비일 수 있다. 미국 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USPSTF)는 정기 검사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결핍 기준치와 권장 혈중 수치는 기관이나 국가, 검사실마다 다르기 때문에 검사 자체의 유용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예를 들어 미국 의학한림원은 20ng/ml 이상을 적정 수치로 보지만, 일부 기관은 더 높은 수치를 권장하기도 한다.
■비타민 D 섭취량을 늘리려면
고위험군은 아니지만 여전히 비타민 D가 부족할까 걱정된다면, 간단한 생활습관 변화로 섭취를 늘릴 수 있다.
미국 의학한림원은 70세 이하 성인에게 하루 600 IU, 70세 초과 성인에게는 800 IU의 비타민 D 섭취를 권장한다. 미국에서는 우유, 시리얼, 오렌지 주스 등 다양한 식품에 비타민 D가 강화되어 있다. 이는 특히 성장기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며, 비타민 D 결핍으로 생기는 구루병은 이런 강화 식품과 보충제 덕분에 거의 사라졌다.
영양 성분표를 확인하면 어떤 식품을 선택할지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자연산 버섯이나 연어, 정어리, 참치 같은 지방이 많은 생선도 비타민 D의 좋은 공급원이다.
또한 한 주에 몇 번 점심 무렵 15분 정도 햇빛을 쬐며 산책하거나 장을 보러 가는 것도 피부에서 비타민 D를 합성하는 데 충분하다. 더 좋은 방법은 운동을 겸해서 야외 활동을 하는 것이다. 스포츠를 하거나 걷기, 조깅 등을 해보자. 자외선 차단제는 햇빛 흡수를 줄이긴 하지만, 피부암과 피부 노화를 막기 위해 꼭 사용해야 한다. 나는 자외선 차단제 사용을 권장한다.
알약 하나를 삼키는 게 운동하거나 식단을 개선하는 것보다 훨씬 쉽지만, 건강을 지키고 심혈관 질환, 암, 당뇨 등 만성 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데는 운동과 균형 잡힌 식단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보충제는 절대 건강한 생활 습관의 대체제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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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Ann E. Manson,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