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대통령 나토 참석 긍정 검토… ‘실용외교’ 첫 시험대

2025-06-14 (토) 12:00:00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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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토 정상회의 참석 두고 내부 잡음 노출

▶ 기회주의 우려 되는 ‘국익중심 실용외교’
▶ 핵심 가치·전략 우선 정립 일관성 확립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24, 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하지만 예상보다 결정이 늦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우려도 나왔다. 이번 참석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실용외교’ 구상의 실체를 파악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3일 본보와 통화에서 “(나토 정상회의 참석 관련)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도 전날 “참석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며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나토 회원국인 유럽 국가들 외에 IP4(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로 불리는 인도태평양 4개국도 모이는 자리다. 우리가 불참하는 건 외교적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2년 초청받아 3년 연속 참석한 회의다.

다만 결정과정은 매끄럽지 않았다. 정부가 이 대통령의 참석을 고심하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빚었다.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일부 나토 회원국은 비공식 외교 채널을 통해 “만약 한국이 불참하면 그동안 안보 정보를 공유해온 회원국들에게 큰 외교적 메시지를 던질 것”이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전직 고위 외교관리는 “준비기간 부족과 수행단 문제가 불참 이유라면, 이 대통령 취임 직후 행사인 주요7개국(G7) 정상회의를 불참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15일부터 캐나다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도 참석한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부터 외교 기조로 국익과 실용을 내세웠다. 한미동맹과 자유주의 진영 국가들과의 협력을 외교의 중심축으로 하되, 한반도 핵심 주변국인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관리하는 게 골자다. 특히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공격적 발언을 했던 윤 전 대통령과 다르게 외교적 수사를 통해 원만한 외교관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미중 패권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이르기까지 진영갈등 구도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모든 국가와 원만한 관계를 구축한다는 이상론은 현실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가치 없는 실용주의는 결국 국제관계에서 이득만 얻어내려 한다는 인상을 주면서 장기적으로는 모든 국가의 신뢰를 잃기 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치와 노선을 분명히 표방하는 전략적 명확성은 단기적으로 관계 악화 또는 비용 부담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이를 실용주의와 전면 배치한다고 볼 것인지에 대한 정부의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가 실용외교의 핵심 가치를 정립하는 데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중동과 동유럽에서 진행되는 두 개의 전선에 유럽국가들이 국익과 전략을 어떻게 설정하는지를 면밀히 살피고 한국이 나아갈 방향을 구체적으로 고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종희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안보환경은 한국 같은 중견국이 균형외교로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을 뛰어넘었다”며 “이런 복잡성에 대응하려면 나토처럼 큰 세력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면밀하게 따라가야 하는데, 이미 참석해온 정상회의를 굳이 불참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미국의 군사안보 전략과 나토 협력의 변화가 있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의 방향성을 고민할 수 있는 현장의 기회를 놓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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