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내 이란 대리세력 무력화 뒤 ‘숙적’ 이란에 승부수
▶ 네타냐후, ‘외부의 적’으로 비판 분산하고 정권 위기 돌파
이스라엘이 미국과 핵협상 중이던 이란의 핵시설을 13일(현지시간) 전격 공습한 이유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이스라엘 파괴 계획을 세운 것이 포착됐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최근 연립정부 붕괴 위기에 몰렸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이라는 외부의 적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공습 직후 성명에서 "지난 몇달간 이란 정권이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다다르고 있는 증거가 확보됐다"며 이란이 핵무기 개발의 모든 단계에 걸쳐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비밀 계획을 추진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란이 수천㎏에 달하는 농축우라늄 생산 노력을 기울인 끝에 단기간에 핵무기를 확보할 수 있게 됐고 핵폭탄에 적합한 무기 부품 생산도 진전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은 수십년간 핵무기를 확보하려 노력했고 세계는 이를 막으려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란은 이를 거부했다"며 "이스라엘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별도 성명에서 "이란 정권은 수년간 핵무기 개발, 첨단 장거리미사일과 탄두 개발, 중동 전역의 테러 대리세력에 대한 자금지원과 지휘를 통해 이스라엘에 대한 직간접적 테러 활동을 벌여왔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스라엘군 정보국은 '이스라엘 파괴 계획'이라고 불리는 이란 정권의 구체적 계획을 보여주는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 분석해왔다"고 강조했다.
이란이 미사일과 무인기(드론) 수만기 생산에 집중하며 여러 전선에서 동시에 이스라엘 대한 '합동 지상공격'을 꾸며왔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거듭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이스라엘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공격의 정당성과 불가피성을 부각했다.
그러나 이는 이스라엘이 '맹방' 미국마저 만류해온 이란 핵시설 공습을, 그것도 핵협상이 한창인 시기에 감행했는지를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란 공격이 '내부용'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네타냐후 내각은 2023년 10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기습 공격을 당한 직후 이를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으로 위기에 내몰렸다.
그러자 강도높은 하마스 소탕전을 벌임과 동시에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등 중동의 친이란 무장세력들과 다면전을 벌이는 것으로 정권을 지탱해왔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의 압도적인 화력으로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지도부가 궤멸하다시피 하면서 전쟁의 긴장도는 낮아졌고, 다시 이스라엘 야권에서는 네타냐후 정권을 실각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지난 12일 이스라엘 야권이 발의한 연립정부 해산안이 의회(크네세트)에서 간신히 부결되자 네타냐후 내각을 자극했을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가 속한 집권 리쿠르당은 연정 파트너인 보수 종교주의 진영이 초정통파 유대교도 '하레디'에 대한 징집 확대 방침에 불만을 품고 이탈하려 하는 것을 극적 타협안 도출로 막았지만 6개월 뒤면 또다시 해산안이 발의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불씨가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네타냐후 정권은 이스라엘의 적성국 이란의 핵시설 파괴라는 숙원을 달성, 국내 여론을 외부로 분산해 한동안 안정적인 통치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가 이번 공습과 관련해 암묵적인 소통을 주고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이날 공습 직후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해 단독 행동을 했다"며 "이스라엘은 이번 조처가 자위를 위해 필요하다고 믿는다고 우리에게 통보해왔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스라엘 관리들은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증거를 미국에 제시했고, 공습과 관련해 미국과 완전히 공조했다"고 말했다고 예루살렘포스트가 보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가능성에 대해 "임박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큰 일로 보인다"고 언급했고 이스라엘이 이를 '그린라이트'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이 매체는 설명했다.
이 발언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우리는 이란 핵 문제를 '외교적 해결'로 풀겠다는 약속을 유지한다"고 말을 바꾼 것은 이스라엘의 공습 계획을 이란이 눈치챌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에서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포기할 수 없다고 버티며 논의가 교착에 빠지자 트럼프 대통령도 '극약처방'에 기울었을 것이고, 결국 줄기차게 핵시설 폭격을 주장해온 네타냐후 총리와 이해가 맞아떨어졌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공습 시점이 협상 불과 이틀 전이라는 점은 역설적으로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