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위대 한인타운까지… 주민·업주들 불안

2025-06-13 (금) 12:00:00 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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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운타운 야간 통금령에 11일 밤 타운으로 몰려와

▶ 윌셔길·웨스턴 등서 시위
▶ 경찰 적극 진압나서 해산

LA 전역을 흔들고 있는 이민 단속 반대 시위가 한인타운까지 번지면서 한인들에게 불안과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LA 다운타운에는 야간 통행금지령이 내려진 가운데, 지난 11일 밤 시위대의 일부가 한인타운으로 진입해 시위를 벌인 것이다. 다행히 경찰이 긴급히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며 해당 시위는 큰 물리적 피해 없이 종료됐다.

LA 한인회와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날 시위대가 한인타운에 진입한 것은 밤 9시께로 전해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주민들에 따르면 LA다운타운에서 행진해 올라온 시위대와 차량을 이용해 도착한 시위대가 윌셔 블러버드와 알렉산드리아 애비뉴 부근에서 합류한 뒤, 윌셔 블러버드 선상을 따라 행진했다. 이후 웨스턴 애비뉴를 만나자 방향을 틀어 북쪽으로 향했고, 1가까지 올라갔다.

시위 현장은 한인타운의 핵심 상권이자 다수의 한인 거주자들이 생활하는 공간으로, 시위대의 진입은 단순한 정치적 표현을 넘어 일상생활을 위협하는 수준이었다. 시위가 벌어진 시간은 아직 영업 중인 업소들도 많은 시간대였던 가운데, 일부 업주는 급히 영업을 중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LA경찰국(LAPD)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시위대가 한인타운 진입하자마자 즉각 대응에 나섰다. 총 220명의 경관, 헬기, 차량이 투입돼 시위대의 동선을 추적했다. 경찰은 시위대에 반복적으로 해산 명령을 내렸지만, 일부 시위대는 경찰에게 욕설을 퍼붓는 등 도발적인 행동을 이어갔다. 스프레이로 일부 건물 외벽에 낙서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다행히 경찰의 대규모 대응으로 시위대는 조금씩 줄다가 10시30분께 결국 해산했다.

다음날인 12일 오전 LA 한인회는 현장을 둘러본 결과 곳곳에 낙서는 있었지만 그 외에 큰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상점 파손이나 약탈 등 물리적 피해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설명이었다. 다만 LA한인회는 혹시라도 피해를 입은 업소가 있을 경우 즉시 한인회 또는 LAPD에 신고해줄 것을 요청했다.

올림픽경찰서후원회(OBA)에 따르면, LAPD 서부지부 측은 한인사회 우려에 대해 “현재 한인타운에 물리적인 방어선을 설치하지는 못하지만, 무법 상태를 방치하지 않겠다. 한인 커뮤니티를 혼자 남겨두지 않을 것이며, 필요한 경우 즉각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또 LA 한인회는 사태 이후 케런 배스 LA시장과 짐 맥도넬 LAPD 국장에게 신속한 대응과 타운 치안 유지에 대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시위가 종료될 때까지 한인타운의 안전을 철저히 지켜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LA 총영사관도 총영사 명의로 캐런 배스 시장과 맥도넬 국장에게 신속한 대응에 대한 감사와 지속적인 안전 조치를 요청하는 공식 서한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또한 한인사회에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시위대 자극이 될 수 있는 언행 및 소셜미디어(SNS) 게시물 작성 자제 ▲청소년들의 시위 개입 방지 ▲피해 발생 시 신고 및 지원 요청 ▲이민 관련 법률상담이 필요한 경우 LA법률보조재단(LAFLA) 활용 등을 당부했다.

LA 한인회는 “지금은 커뮤니티 전체가 협력하고 침착하게 대응해야 할 시기”라며, “시위가 한인사회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긴장 속에서 불필요한 충돌이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방 정부의 이민 단속과 이에 대한 항의 시위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한인사회의 단합과 신속한 대응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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