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서 철수하라”… 핵협상 결렬에 전운 드리우는 중동
2025-06-13 (금) 12:00:00
▶ 미국 “이란 내 자국민 철수”
▶ 이,“이란 핵시설 타격 준비”
▶ 자칫 전면 충돌 우려 상승

지난 11일 가자지구에서 큰 폭발과 함께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로이터]
미국과 이란 간 핵협상이 결렬 조짐을 보이면서 미국·영국이 현지에 주재하는 자국 인력 대피 지시를 내렸다. 이스라엘의 이란 타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위험한 곳이 될 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언급까지 더해지며 이란 안팎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재진에게 “(중동은) 위험한 곳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들(대사관 인력)이 빠져나오고 있다. 그들에게 철수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미 국무부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의 철수를 계획 중이라는 이날 보도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확인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긴장을 완화할 방안에 대해서는 “매우 단순하다. 그들(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며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미국 등의 인력 철수 결정은 아지즈 나시르자데 이란 국방장관의 발언 이후 나왔다. 나시르자데 장관은 “협상이 타결되지 않고 우리에게 분쟁이 강요된다면 상대방 피해는 우리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미국은 이 지역을 떠나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의 모든 역내 기지가 우리의 사정거리 내에 있다”며 “주저하지 않고 모든 기지를 공격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자신이 공격받는다면 인접국인 이라크 내 미군 기지를 타격할 것이라는 위협으로 해석됐다.
양국 간 긴장 상승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가능성에서 비롯됐다. 미국 정보 당국은 이스라엘이 핵협상 결렬 시 이란 핵시설 타격을 준비해온 것으로 파악해왔다. 미·이란은 4월부터 5차례에 걸쳐 핵협상을 진행했지만, 핵심 쟁점인 우라늄 농축 허용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15일 예정된 6차 협상에서도 합의 도출에 실패한다면 이스라엘이 실제 이란을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미국의 판단이다. 미 CBS 방송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국 당국자들이 “이스라엘이 이란을 겨냥한 작전을 개시할 준비를 완료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뉴욕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과 지난 9일 가진 인터뷰 내용을 이날 공개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서 핵 협상 타결 가능성과 관련해 “잘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했었지만 점점 더 자신감이 없어지고 있다”고 불발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만, 자국 인력 철수 지시가 미국의 블러핑(외교적 허풍)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군사적 위협은 언제나 이란과의 협상에 나선 미국의 전략의 일부였다”는 이란 고위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이 임박했다고 압박하며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략일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