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美·中 ‘고래싸움’에 휘말린 파나마…운하 이어 이번엔 통신탑

2025-06-12 (목) 10:4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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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파나마 내 中통신탑 미국산으로 대체”…파나마 “대체 아닌 추가”

▶ 파나마 대통령 “워싱턴·베이징 문제를 우리 땅에서 해결하려 말라”

美·中 ‘고래싸움’에 휘말린 파나마…운하 이어 이번엔 통신탑

파나마 대통령[로이터]

중미 파나마가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세계 1·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전장 한복판에 놓여 양국 간 패권 다툼에 휘말리고 있다.

홍콩기업 CK허치슨홀딩스의 파나마 운하 항구 운영권 매각을 둘러싼 미중간 갈등에 이어 이번엔 중국 최대 통신업체인 화웨이의 파나마 내 통신탑 교체 여부를 두고 논란이 빚어졌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대통령실 유튜브로 생중계된 주간 정례 기자회견에서 "파나마 정부가 단독으로 결정한 사안에 대해 공개적 언급을 삼갈 것을 미국대사관에 요구한다"며 "우리 정부의 판단에 대해 (미국 대사관이) 의견을 피력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다소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파나마 대통령의 이 언급은 파나마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낸 설명자료와 관련돼 있다.

전날 미국대사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 정부는 파나마 13개 지역에 설치된 중국 기업 화웨이의 통신 장비를, 더 안전한 미국산 기술을 탑재한 시설로 교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에 따라 미주 대륙 내 중국의 악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대사관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에서 800만 달러(108억원 상당) 예산을 지원해 진행하는 이 프로젝트는 7곳에 새로운 통신 타워를 추가해 전파망 커버리지를 확대하는 게 골자다.

미국대사관은 "파나마 안보 수준을 높이고 마약 및 무기 밀매 등 범죄 해결 능력을 강화하며 미국과 파나마 간 관계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 공산당 세력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나마 대통령은 그러나 이를 "미국의 일방적 주장"이라면서, 미중간 갈등을 파나마로 끌어들이지 말 것을 촉구했다.

물리노 대통령은 "워싱턴(미국 정부)과 베이징(중국 정부) 사이 문제를 파나마 앞마당에서 해결하려고 하지 말라"며 "그(화웨이) 안테나 시설은 제가 직접 점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나마 안보부도 이날 별도 성명을 내고 "미국과의 프로젝트는 2017년과 2019년 일련의 합의에 따른 후속 절차"라며 "7개 통신 타워를 전략적 목적에서 건설하는 것이며, 기존 13개 타워와 통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통신탑 시설의 '교체'가 아닌 '추가'라는 게 파나마 정부 입장으로, 미국 대사관 설명과는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현지 일간 라프렌사파나마는 짚었다.

중국 기업들의 영향력 확대를 미주 대륙의 위협 요소라고 주장하는 트럼프 정부는 앞서 파나마 운하 통제권을 두고도 물리노 정부를 강하게 압박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정부 출범 직후부터 "중국이 운영하는 파나마 운하를 되찾아야 한다"면서 파나마 운하 관리 당국과 운하 항구 시설 일부를 운영하는 CK허치슨 등을 위협했고, 이에 CK허치슨은 파나마 항구 운영권 등을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했다.

그러자 중국 당국은 CK허치슨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통해 매각 계약과 관련한 법적 하자 여부를 살피는 방식으로 견제하고 나선 상황이다.

홍콩 재벌 리카싱 가문의 소유인 CK허치슨은 중국 당국과는 상관없는 민간 기업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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