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은 범죄 아냐”… VA의 영국식 관습법 폐지
2026-05-06 (수) 07:36:11
유제원 기자
▶ 주지사 서명, 내년 7월 시행… 생명보험금 수령 애로 등 해소

아비가일 스팬버거 VA 주지사가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주지사실 제공>
버지니아 관습법(common law)은 자살을 범죄로 규정했으나 이를 폐지하는 법안이 주 의회에서 통과돼 지난 주 아비가일 스팬버거 주지사가 서명했다.
민주당 마커스 사이먼(Marcus Simon) 주 하원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HB 43)은 자살을 범죄로 규정하는 영국식 관습법을 폐지하는 것으로 그간 수차례 추진됐으나 당시 글렌 영킨 주지사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
현재 버지니아에서는 자살을 범죄로 보기 때문에 유족들이 생명보험금 수령이나 각종 혜택 신청 시 어려움을 겪어왔다. 보험사는 사망자가 ‘정신적으로 온전한 상태’에서 자살했다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으며, 유족은 전문가 증언 등을 통해 이를 증명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었다.
사이먼 의원은 “자살을 범죄로 규정하는 것은 유족들에게 이중의 고통을 준다”며 “법적 낙인과 사회적 낙인을 제거해 유족들이 제대로 된 혜택을 받고 애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안을 지지하는 단체들은 “법으로 자살을 막을 수는 없다. 오히려 낙인을 제거해 도움을 구하는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살을 범죄가 아닌 공중 보건의 문제로 보는 관점의 전환이 이루어졌다”며 법안 통과를 환영했다.
반면 반대 측은 강한 우려를 표하며 “주 정부가 자살을 막아야 할 의무를 포기한다는 신호다. 이 법안은 생명의 가치를 가볍게 여기게 만들고, 정신건강 보호와 긴급 개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일부에서는 앞으로 ‘조력자살’(assisted suicide) 합법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법안 통과로 자살을 범죄가 아닌 정신건강이나 공중보건의 문제로 다루게 되면서 정부는 앞으로 법안 시행까지 남은 1년여 기간 동안 보험처리, 사회적 영향 등을 고려해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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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