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숫자만 보지 말고 공간의 리스크도 보자

2025-06-05 (목) 07:55:26 승경호 The Schneider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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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수나 점포 매매를 다루다 보면 “매출이 잘 나오면 인수해도 괜찮지 않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수익성과 성장 가능성이 중요한 요소지만 현장에서 마주하는 실제 거래는 서류에 기록된 숫자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로 인해 흔들리곤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임대 리스크’이다. 최근 중개인으로 참여했던 한 식당 인수건을 통해 그 중요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조건은 완벽했다. 겉보기에는…
이 거래는 표면적으로 매우 이상적인 구조였다. 인수자는 이미 외식업을 운영해 본 경험이 있었고, 인수대상 식당은 매출과 고객평판이 모두 안정적인 상태였다. 메뉴, 운영방식, 공급망까지 유사한 구조였기 때문에, 인수 후 전환부담도 크지 않았다. 세금신고서, 직원급여명세, 임대계약서 등 필수서류도 정리되어 있었고, 인수가격 역시 원만하게 합의되었다. 인수의향서(LOI)가 체결되며 모든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변수는 항상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온다
문제는 실사 말미, 즉 거의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어 갈 무렵에 발생했다. 식당이 입점해 있는 건물이 제3자에게 매각되었고, 신규 건물주는 기존보다 높은 임대료를 요구했다. 원래 건물주는 임대료 인상없이 계약을 갱신해 주겠다고 구두약속을 했지만, 이는 법적효력을 갖지 못했다. 그 한 줄의 임대료 조정이 인수자의 수익성 예측, 투자회수 기간, 사업전략 전체를 흔들어 놓았다. 결국 인수자는 인수가 조정을 요청했고, 매도인은 협상 끝에 일부가격을 인하하면서 거래는 마무리되었다.


▲임대조건은 사업의 ‘지반구조’
이 사례를 통해 다시금 실감한 건, 임대조건은 단순한 운영비 항목이 아니라 사업전체의 지반이라는 점이다. 외식업은 위치가 생명이고, 공간은 곧 고객경험이며, 임대계약은 그 기반을 규정하는 구조물이다. 건물주의 변경, 갱신 거절, 임대료 급등은 인수자가 아무리 뛰어난 운영능력을 갖췄더라도 감당하기 어려운 리스크다. 특히 외식업처럼 고정비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는, 임대료 변동이 곧 수익성 변동으로 이어진다.

▲실사의 핵심은 공간의 미래를 읽는 것
그렇다면 식당인수를 앞둔 사람들은 무엇을 가장 먼저 살펴야할까? 첫째, 임대계약서의 만료일과 갱신조항은 반드시 초기에 확인해야 한다. 둘째, 현 건물주의 계획과 건물매각 가능성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갱신시 임대료 조정기준에 대한 문구가 존재하는지 살펴야 한다. 필요하다면 법률 전문가와 함께 계약서를 분석하고, 건물주와의 인터뷰를 실사항목에 포함시키는 것도 추천한다.

▲좋은 거래는 숫자와 공간, 사람을 함께 보는 일이다
사업의 본질은 수익이다. 하지만 그 수익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이 불안정하다면, 그 사업은 기초가 약한 구조물에 불과하다. 이번 경험을 통해 다시 한번 실사의 의미를 되새기게 되었다. 진짜 실사는 재무제표를 넘어서야 한다. 숫자만 보는 실사는 완전하지 않다. 공간의 조건, 임대의 방향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변수들을 함께 보는 것이 완전한 실사다. 인수를 준비 중인 예비 창업자, 투자자에게 이 글이 조금이 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좋은 공간, 좋은 계약, 좋은 거래는 철저한 준비에서 시작된다.
문의 (703)928-5990

<승경호 The Schneider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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