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상 물러나면 실수”…트럼프 더 자극할 위험 경계
▶ 각국, 엇갈린 법원판단 주시… “반전 계속될 수도” 신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를 두고 미국 법원의 결정이 오락가락하며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미국과 협상 테이블을 차린 세계 각국은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연합(EU) 관계자들은 내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장관급 회의 자리에서 애초 계획대로 미국과 무역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럽의회 무역 대표단도 현재 워싱턴에서 미국의 무역·농업 관련 부처 및 기업들과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전날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부과한 상호관세 등이 무효라고 판결했지만, 유럽은 이와 무관하게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IEEPA가 아닌 우회로를 이용할 가능성이 열려 있는 데다, 법적 근거가 다른 품목별 관세는 유지되는 만큼 협상 태도를 바꾸면 미국을 자극해 관세 전쟁의 격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하루 만인 이날 연방항소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신청을 받아들여 항소심 심리 기간에 상호관세 효력을 유지하기로 함에 따라, 앞으로도 당분간 유럽과 미국의 협상에서 상호관세는 '상수'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EU 무역 관료 출신인 이그나시오 가르시아 베르세로는 법원 판결을 핑계 삼아 협상 테이블에서 물러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며 "EU와 미국이 과잉 생산과 보조금 등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협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FT는 EU 집행위원회가 최근 회원국들에 '10%의 기본 관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통보하는 등 협상에서 일부 양보할 조짐도 보인다고 전했다.
아울러 EU는 미국 기업들이 문제 삼아 온 일부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유럽 외의 다른 나라들도 관세를 둘러싸고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 조심스럽게 반응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의 1심 판결 직후 세계 각국에서 낙관론이 일시적으로 분출하기도 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알 수 없는 만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는 것이다.
돈 패럴 호주 무역부 장관은 1심 판결에 대해 "추가적인 법적 절차가 이어질 수 있다"며 "판결에 대해 연구해보겠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 대변인도 이 판결이 미국의 국내 사안일 뿐이며, 법적 절차의 첫 단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인도 외무부 대변인은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연방항소법원이 하루 만에 상호관세의 효력을 일시 유지하는 결정을 함에 따라 혼란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 확실해졌다고 NYT는 해설했다.
영국 투자회사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데런 네이선은 "현재까지 업데이트된 상황은 이 이야기의 마지막 반전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며 "전 세계는 이를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