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명훈 지휘자가 이태리 라 스칼라 오페라 음악감독으로 선임됐다. 임기는 2027년 부터 2030년까지. 파리 바스티유 음악감독직에서 사임한 지 약 30년만이다. 라 스칼라 오페라는 247년 전통을 자랑하는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오페라단으로서 정명훈의 전임 지휘자는 라카르도 샤이, 다니엘 바렘보임, 라카르도 무티 등으로서 명실상부 세계 정상급 지휘자들이다. 이로서 정명훈은 김은선 지휘자가 (아시아계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미 메이저 오페라 음악감독에 선임된 데 이어 아시아계로서는 최초로 라 스칼라 오페라 음악 감독에 선임, 한국인으로서는 2번째로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단 세계적인 지휘자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정명훈으로서는 바스티유 오페라의 불명예 퇴진 이후 명예회복을
할 기회이자 그의 말년을 화려하게 장식할 최고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그것은 또 세계 음악계가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며 K- 클래식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김은선의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에서의 활약은 라 스칼라에서의 동양인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단숨에 불식시켰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정명훈은 파리 바스티유 시절에도 정치적인 텃세에도 불구하고 메시앙의 음악을 초연하는 등 음악적으로 큰 성과를 거둔 바 있었고, 도이치 그라마폰 녹음 등을 통해 그의 음악적 자질을 증명한 바 있다.
서울시향의 음악감독에 선임되어 체질개선에 성공, 서울시향을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반열에 올려 놓은 것도 정명훈의 빼 놓을 수 없는 업적이다.
서울에서의 활동을 일부 정명훈의 침체기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정명훈은 그 만의 조련기술로 지휘력과 음악성을 입증했고 이번 라스칼라 음악감독에 선임되는 뒷받침이 되기도 했다. 이로서 미국에서는 김은선, 유럽에서는 정명훈으로 대표되는 한국계 오페라 지휘자들의 활약으로 향후 한국 음악계는 더욱 고무될 예상이다.
연합뉴스 등은 라 스칼라 극장이 12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정명훈이 리카르도 샤이의 뒤를 이어 2027년부터 음악 감독직을 수행한다고 밝혔다고 전했으며 아시아인이 라 스칼라 극장의 음악감독직을 맡는 것은 247년 극장 역사상 정명훈이 최초라고 발빠르게 전했다.
주세페 살라 밀라노 시장 겸 라 스칼라 극장 이사회 의장은 회의 뒤 "총감독이 이 인사를 제안했는데 이는 그의 권리이자 의무다. 그는 선택의 이유를 충분히 설명했고 나는 대신 평가할 생각이 없다"며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총감독의 제안을 지지했다"고 설명했다. 현 음악 감독인 샤이는 "오페라 시즌 준비에는 긴 시간이 필요한 만큼 이번 결정이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오페라는 작품과 지휘자, 연출, 성악가까지 여러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사전 준비가 필수적이다. 오늘 결정이 적절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정명훈은 1989년부터 라 스칼라 오페라에 관여하여 아홉 차례 오페라 프로덕션을 맡아 84회의 공연과 141회의 콘서트를 지휘한 바 있다. 2016년 러시아 볼쇼이 극장에서 베르디의 '시몬 보카네그라'를 지휘하는 등 라 스칼라의 해외 오페라 투어를 지휘한 경험도 있으며 2023년에는 라 스칼라 극장 산하 라 스칼라 필하모닉의 첫 번째 명예 지휘자로 추대되기도 했다.
정명훈은 베르디 해석의 권위자로도 알려져 있으며 레퍼토리도 폭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수석 객원지휘자, 파리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명예 음악감독, KBS교향악단 계관 지휘자 등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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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