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의회도서관장 자르더니 법무차관 지명… “입법부 공격” 반발

2025-05-12 (월) 10: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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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추문 입막음 사건 등 변호했던 트럼프 측근

▶ 도서관 직원들 출근 저지 투쟁… “권력에 굶주려 입법부 공격…의회가 수호해야”

트럼프, 의회도서관장 자르더니 법무차관 지명… “입법부 공격” 반발

토드 블랜치 변호사 [로이터]

최근 미국 의회도서관장을 해고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 자리에 본인의 개인 변호사 출신인 법무부 차관을 지명해 논란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토드 블랜치 법무부 차관을 의회도서관장 직무대행으로 지명했다.

블랜치 차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 재도전하던 시절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의혹' 사건, '대선 패배 뒤집기 사건' 등 형사사건의 변호를 이끌었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엔 법무부 차관에 발탁된 인물이다.


법무차관과 의회도서관장을 겸임하게 된 블랜치 지명자는 도서관 부관장 직무대행과 산하 기관인 저작권청장직무대행 등 2명을 직접 인선했다.

의회도서관 구성원들은 물리력까지 동원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입법부 산하인 의회도서관장을 지명하려면 의회의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가 필수인데, 의회에서는 아직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아 대통령의 지명 자체가 부당하다는 것이다. 미국 의회도서관장은 대통령 지명과 상원 인준을 거쳐 임명된다.

NYT에 따르면 이날 오전 블랜치 직무대행이 지명한 각 부관장, 저작권청장 직무대행 지명자 등 2명이 의회도서관에 도착하자 도서관 구성원들이 이들의 건물 진입을 막아섰다.

이어 도서관 측 법률고문은 이 2명에게 사무실 진입을 허용할 수 없으니 현장을 떠나라고 요구했다. 문제의 인사 2명은 도서관 구성원의 요구대로 일단 별다른 충돌 없이 자리를 떠났다고 NYT는 전했다.

앞서 8일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가 1년 이상 남아 있던 전임 칼라 헤이든 관장을 전격 경질한 바 있다. 백악관은 헤이든 전 관장의 해임에 대해 "아이들에게 부적절한 책을 비치했다"고 언급했었다.

도서관 구성원들은 헤이든 전 관장의 측근인 로버트 뉼런 수석 부관장을 현재 정당한 직무대행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뉼런 부관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스스로를 '의회도서관장 직무대행'로 밝히면서 "현재 의회가 백악관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해 의회의 지침은 없었다. 추가 정보가 나오는 대로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도서관장 지명이 행정부의 입법부 권한 침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원 행정위원회 민주당 간사이자 의회도서관 상·하원 합동위원회 소속인 조지프 D. 모렐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권력에 굶주려 입법부를 공격했다"고 비난했다.

모렐 의원은 의회도서관 상·하원 합동위에 함께 소속된 민주당 알렉스 파딜라 상원의원과 낸 공동성명에서 "트럼프가 법무부, 즉 행정부 소속 인사를 입법부 산하 기관에 책임자로 보낸 것은 극도로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의회는 헌법 제1조에 따라 일어서 의회도서관의 정치 중립성을 지키고, 백악관의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입법부를 수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헌법 제1조는 입법부인 의회의 설치 근거 조항이다.

모렐 하원의원은 또한 같은 당 소속의 다른 의원들과 함께 의회 도서관이 정부효율부(DOGE)나 혹은 다른 행정부처에 승인되지 않은 정보를 제공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NYT는 덧붙였다.

미 의회 도서관은 일반 도서뿐 아니라 구텐베르크 성경, 미국 독립선언문 초안 등 세계사적으로 중요한 유물과 고서적 등 1억7천800만 건의 소장품을 가진 세계 최대 규모 도서관으로, 직원이 수천 명에 이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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