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경제적 불확실성 시대에 대응하는 은퇴 전략

2025-05-09 (금) 12:00:00 조성연 공인재무설계사 아메리츠 파이낸셜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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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불확실성 시대에 대응하는 은퇴 전략

조성연 공인재무설계사 아메리츠 파이낸셜 부사장

최근 글로벌 경제와 정치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은퇴를 준비하거나 이미 은퇴한 분들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체계적이고 유연한 자산 관리 전략이 필요해 졌다. 인플레이션의 장기화와 금융 시장의 변동성, 그리고 사회보장제도나 세제 개편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동시에 작용하는 2025년 현재, 은퇴 소득을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먼저, 인플레이션은 은퇴자들에게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다. 최근 몇 년간 의료비, 주거비, 생필품 가격이 꾸준히 오르면서 고정된 연금이나 저축만으로는 실질 구매력을 유지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금리와 주식시장이 불안정하게 움직이면서 전통적인 60대 40 포트폴리오(주식 60%, 채권 40%)만으로는 자산의 가치를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정학적 글로벌 리스크와 미국내 정책 변화가 맞물리면서 단기적인 시장 충격이 장기적인 자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은퇴자들은 자산 분배를 더욱 폭넓게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주식과 채권 외에도 물가상승에 연동되는 TIPS(미국 물가연동국채), I-Bond, 원자재, 그리고 배당을 꾸준히 지급하는 유틸리티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신탁(REITs) 등 다양한 자산군을 활용해 인플레이션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시장 하락기에 원금 손실을 막으면서도 일정 수준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고정형 또는 지수형 연금 상품이나, 평생 동안 정해진 연금을 지급하는 Income Annuity 등 다양한 선택지가 제공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조정되는 지수 연동형 연금(Registered Index Linked Annuity, RILA) 상품을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은퇴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현금흐름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출 전략에도 유연함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시장이 급락할 때는 인출 금액을 일시적으로 줄이고, 현금성 자산이나 단기 예금 등에서 생활비를 충당하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의료비와 같은 예상치 못한 지출에 대비해 HSA(건강저축계좌)나 다양한 의료보험 옵션을 미리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의 경우,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플랜 등 다양한 보장성 상품을 비교 검토해 치솟는 의료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정치적 변화에 대한 사전 대비도 필수적이다. 사회보장제도의 개편, 세율 인상, 메디케어 자격 요건 강화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CFPⓇ 전문가와 함께 여러 정책 변화에 따른 자산 운용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세금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401(k)나 IRA, Roth IRA등의 계좌에서 인출 시기 조정, 사회보장연금 수령 시기 조율 등 다양한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 정책 변화가 실제로 시행되기 전에는 자산 포트폴리오를 분기별로 점검하고, 필요에 따라 리밸런싱을 통해 위험 노출을 조절하는 것이 현명하겠다.

실제 사례를 보면, 최근 몇 년간 60/40 포트폴리오로 은퇴 생활을 하던 한 은퇴자가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실질 소득의 20% 이상이 감소하는 상황을 겪었다. 이 은퇴자는 자산의 25%를 RILA로 이동하고, 일부를 연금 상품에 투자하며 인출 전략을 ‘가드레일’ 방식으로 전환해 시장 변동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시장 하락에도 불구하고 실질 소득의 90% 이상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은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결론적으로, 오늘날 은퇴자들은 단순히 주식과 채권에만 의존하는 ‘정적’ 전략에서 벗어나, 인플레이션과 시장 변동성, 그리고 정치적 불확실성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동적’ 자산 관리 전략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다양한 자산군의 활용, 유연한 인출 전략, 그리고 정책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야말로 불확실성 시대에 은퇴 소득을 지키는 핵심이라 하겠다.

문의 (818)744-8088

seongcho@allmerits.com

<조성연 공인재무설계사 아메리츠 파이낸셜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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