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황님의 정신력의 위대함

2025-05-08 (목) 03:05:23 문성길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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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의 팔고(八苦)중에 하나인 원증회고(怨憎會苦, 그토록 원수처럼 싫어하는 사람을 하필이면 외나무다리 위에서 만나는 것)는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 누구를 원망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경우를 살아오면서 우리들 대부분은 한번쯤은 느끼고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과연 나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 왔으며 남들에겐 어떻게 비추어져 왔을까? 만인에게 다 좋을 수는 없다 해도 어느 누구에게 치명적일 수도 있었을 상처를 나도 모르게 준 적은 없었는지? 의도적으로 남을 괴롭힌 적은 없었는지? 불완전한 인간이란 핑계로 실수건 의도적이건 남에게 못된 짓을 해온 수많은 사례들이 있었을 것임에 부끄러워 할 줄이라도 안다면 그나마 좀 나은 인간이련만 사실 그렇지 못함이 우리들 대부분일 것이 아닌가!

만나보고 싶고, 그리워하며, 꿈속에서나마 나타나 주기만이라도 바라는, 목소리만이라도, 그림자라도 좋으며, 그저 마냥 설레는 마음이 드는 내가 어느 누구에게 그렇게 느껴질 수만 있다면 세상에서 그렇게 행복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최근 선종하신 266대 프란체스코 교황님이 바로 그런 분이 아니실까 생각해본다. 낡은 구두에 간소하고 검소한 거처에서 마지막 남은 은행잔고의 반 이상인 200여불을 감옥소의 수형자들에게 기부, 나머지 금액 100불정도를 이 세상에 남기시고 홀연히 떠나셨다. 그 분은 그저 지나가는 “발자취”인 나의 장례식을 간소화함은 물론 성 베드로 대성당이 아닌 성모 마리아 성당 내에 묻히시기를 원했던 ‘빈자(貧者)들의 영원한 친구’다.

약자들을 생각하며 그들과 늘 함께 하려고 애쓰셨던 분, 이 세상에서 고통과 환희를 함께 누리셨을 것이나 역시 의문은 우리네 범인(凡人)들과 똑 같이,“저 세상이 정말 아름다울까?”가 하신 마지막 말씀이셨다고 친구이며 가족 같았던 개인 간호사, Strappetti Massimiliano씨는 전하고 있다.

천국이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아름답지 못하다면 일부러라도 아름답게 꾸며서 착하고, 선하고, 훌륭한, 만인이 그리워하는 교황님을 비롯해 그 모든 분들을 맞이해야 할 것이며 그러리라 굳게 믿는다.

나는 과연 남들에게 어떻게 비추어지는 인간일까? 를 늘 염두에 두고 인생을 조심스럽게 살아간다면 세상은 좀 더 아름답고 평화로워지지 않을까.

<문성길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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