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 시행 앞두고 재고 확보용 수입 급증탓…수입 증가, 성장률 5%p 낮춰
▶ 머스크 주도 구조조정에 정부 지출도 감소…소비·투자는 상대적 ‘선방’
▶ 관세 여파 소비자·기업심리 급감 속 2분기도 역성장? 반등?…전망 엇갈려
올해 1분기 미국 경제가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시행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기업들이 재고 확보를 위해 수입을 크게 늘린 게 성장률 하락의 주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미 상무부는 1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감률(속보치)이 -0.3%(직전분기 대비 연율)로 집계됐다고 30일 밝혔다.
미국 경제가 분기 기준으로 역성장한 것은 지난 2022년 1분기(-1.0%) 이후 3년 만이다.
미국 경제는 긴축 통화정책과 소비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2023년 2.9%, 2024년 2.8%라는 준수한 성장세를 나타내왔다.
직전 분기인 작년 4분기에도 2.4%의 성장률을 보였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직전 분기 대비 성장률(계절조정)을 연간 성장률로 환산해서 GDP 통계를 발표한다.
상무부는 수입 증가와 정부지출 감소가 GDP 감소에 주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1분기 중 수출이 1.8% 증가한 반면 수입은 41.3%나 급증한 게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상품 수입이 50.9% 늘었다.
수입 증가는 1분기 성장률을 5.03%포인트 낮춘 것으로 집계됐다.
GDP 통계에서 수출 증가는 성장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지만, 수입 증가는 성장률을 낮추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친다.
앞서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추산해 공개하는 성장률 전망모델 'GDP 나우'는 1분기 수입 급증을 반영, 지난 29일 최종 업데이트한 추산치에서 금 수출입을 제외한 1분기 성장률을 -1.5%로 추정하기도 했다.
월가에서는 트럼프 관세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외국산 소비재나 원자재에 대한 재고 축적에 나서면서 수입 물량이 대폭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해왔다.
정부 지출도 1분기 중 1.4% 감소하며 1분기 역성장에 기여했다. 정부지출 감소는 1분기 성장률을 0.25%포인트 낮춘 것으로 분석됐다.
1분기 연방정부 지출이 5.1%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에 지방정부 지출은 0.8% 증가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가 트럼프 행정부 들어 연방정부 지출과 인력을 크게 줄인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수입과 정부지출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크게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개인소비는 1분기에 1.8% 증가했다. 내구재 소비가 3.4% 감소했지만, 비내구재 소비(2.7%)와 서비스 소비(2.4%)는 견조한 흐름을 나타냈다.
민간투자는 설비투자가 크게 늘면서 1분기 중 21.9% 급증했다. 관세 시행에 앞서 기업들이 설비투자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풀이된다.
민간재고투자의 증가는 1분기 성장률을 2.25%포인트 올리는 데 기여했다.
미국 경제 수요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민간지출(국내 민간구매자에 대한 최종 판매) 증가율은 3.0%로 작년 4분기(2.9%) 대비 상승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갓 지난 가운데 핵심 정책인 관세 관련 불확실성의 확대로 임기 첫 분기 경제 '성적표'가 부진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트럼프표 경제 정책이 역풍에 직면할 것이란 전망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관세 여파로 소비자 및 기업 심리가 급감한 가운데 2분기에도 역성장을 이어갈 경우 미국 경제는 기술적 경기침체에 접어들 수 있어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1분기 GDP 지표가 관세 관련 불확실성으로 단기적인 요인이 혼재돼 있다 보니 경기 관련 흐름을 읽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BNP파리바의 이자벨 마테오스 라고는 "GDP 수치는 매우 적은 정보만을 줄 것"이라면서 "노이즈로 가득하고 상당 부분은 (관세를 대비해 늘린) 수입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산탄데르 US캐피털마켓츠의 스티븐 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2분기 들어 수입이 정상화되면서 미국의 성장률이 빠르게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