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차별 이민 단속·체포] 영어 서툴다고 시민권자도

2025-04-21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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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로리다서 단속 걸려

▶ 불체자 오인 ICE 구금

이런 무차별적 단속은 시민권자에게 조차 예외가 아니다. 지난 16일 플로리다주에서는 조지아에 거주하는 20세 청년 후안 카를로스 로페스-고메스가 경찰의 과속 단속 중 불법체류자로 오인돼 구금되는 일이 벌어졌다.

AP통신과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로페스-고메스는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조치로 구금됐다가 48시간이 지난 뒤에야 풀려났다. 변호사의 전언과 체포 진술서에 따르면 조지아주 남부 카이로에 거주하는 그는 지난 16일 집에서 차로 약 45분 거리인 플로리다주 탤러해시의 건설 현장에서 일하기 위해 동료 2명과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다 경찰의 과속 단속에 걸렸다.

이후 경찰은 이들을 보고 불법체류자라고 판단해 모두 체포 후 구금했다. 법원에 제출된 문서에 따르면 경찰은 이들에게 불법 체류자인지 물었고, 이들이 “그렇다”고 답했다고 체포 영장에 기록했다. 하지만 로페스-고메스의 변호사는 그가 그런 답변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로페스-고메스는 원주민 언어를 사용해 영어나 스페인어를 잘하지 못한다고 그의 변호사는 설명했다. 재판에서 그의 어머니가 그의 출생증명서와 소셜시큐리티 카드를 제시해 신분이 확인되면서 불법체류 혐의를 벗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ICE가 불법 이민자 단속·추방을 위해 취할 수 있는 48시간 구금 조치에 따라 재판이 끝난 뒤에도 곧바로 풀려나지 못하고 한나절을 더 구치소에서 보내야 했다. 이민자권리 옹호단체인 플로리다 이민자연합의 변호사 앨러나 그리어는 “그들(경찰)은 이 사람을 보고 영어를 잘 못한다는 이유로 체포했고, 현재 시행 중지 명령이 내려진 주법에 따라 기소했다”며 “그 누구도 이 법에 따라 기소돼서는 안 되고, 미국 시민은 더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불법체류자를 즉각 체포해 기소할 수 있게 한 플로리다 주법은 지난 2월부터 발효됐으나, 위헌 소송이 제기돼 이달 4일 시행을 일시 중단하라는 법원 명령이 내려진 상태다. 이번 사건은 당국이 체포·구금 과정에서 인종차별적인 잣대를 들이대 이민자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부각한다고 CNN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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