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락가락’ 정책 여파… 주식 약세장 진입 가능성↑

2025-04-21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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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고점 대비 20% 하락
▶ 관세가 촉발한 드문 사례

▶ 포트폴리오 다양화 전략
▶ ‘현금·채권’ 안전 자산화

‘오락가락’ 정책 여파… 주식 약세장 진입 가능성↑

‘오락가락’ 관세 정책으로 주식 시장이 약세장 진입을 앞두고 있다. 많은 투자자들이 불안감에 휩싸인 가운데, 투자 전문가들은 성급한 결정을 피하고 포트폴리오 다양화 등의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로이터]

최근 주식 시장 손실로 S&P 500, 나스닥, 다우존스 산업 평균지수가 약세장에 가까워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국가에 대해 대대적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글로벌 무역 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 주식 시장 급락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우리는 모든 국가와 공정하고 좋은 거래를 할 것이다. 다른 나라가 공정한 거래를 하지 않으면 미국과의 거래에 참여하도록 허락받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해 투자자들의 비관론을 키웠다.‘베어 마켓(Bear Market)’으로 불리는 약세장 진입을 앞두고 약세장의 의미와 약세장에서의 투자 전략을 알아야 할 시기다.

■최근 고점 대비 20% 하락

약세장은 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비관론으로 인해 주식 시장이 급격히 하락하는 기간을 의미한다. 약세장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최근 고점에서 주가가 20% 이상 하락하는 것을 약세장으로 간주한다. 주가가 약 10% 정도 빠지면 ‘조정’(Correction)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이 경기 침체가 뒤따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S&P 500은 500개의 대규모 대표 기업의 성과를 반영하는 주가 지수로, 주식 시장 주요 지수로 여겨진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유지될지, 변경될지 또는 보복을 초래할지 등을 포함한 불확실성과 그에 따른 글로벌 무역 전쟁이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한 반응이 주식 시장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투자 리서치 및 자산 관리 회사 모닝스타의 크리스틴 벤츠 개인 재정 및 은퇴 계획 디렉터는 “경제가 급격히 침체한 뒤, 상당 기간 저점을 유지하다가 서서히 회복해 나가는 U자형 불확실성에 빠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 ‘관세·외교’ 정책 촉발한 드문 사례

미국 주식 시장은 3년 전인 2022년에 약세장을 경험한 바 있다. 당시 미국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인플레이션 상승, 우크라이나 전쟁, 금리 인상, 공급망 혼란 등의 여러 불확실성에 빠져 있었고, 그로 인해 발생한 약세장은 9개월 이상 지속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는 약세장이 12번 이상 발생했으며, 각 시기별 경제 상황에 따라 몇 주, 또는 몇 년까지 지속된 경우도 있었다.

과거 약세장으로 진입하기 전에는 경기 침체 또는 둔화, 경제 급변, 높은 금리, 전쟁과 같은 여러 요인이 선행됐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에 주식 시장이 약세장에 진입한다면, 이는 외교 및 관세 정책을 통해 대통령 행정부가 약세장을 촉발한 드문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재정 자문 기업 라이프 플래닝 파트너스의 브렛 로조스키 매니저는 “이번 약세장은 완전히 피할 수 있는 약세장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지금 이야말로 미국이 판을 다시 짤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며 “아름다운 결과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 과정을 겪는 것이 싫지 않다”라고 약세장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성급한 결정 피해야

약세장 진입 가능성이 높은 시기에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정상적이다. 그러나 불안감으로 인해 성급한 투자 결정을 내리거나 변화를 발생시켜서는 안 된다. 자산 관리 업체 리톨츠 웰스 매니지먼트의 마이클 배트닉 매니징 파트너는 “결국 시장은 늘 회복하는 패턴을 보이기 때문에,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더 높은 수익을 얻을 기회가 있다”라며 “불확실성에 대한 해답은 더 많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덜 움직이는 것”이라고 성급한 결정을 피할 것으로 조언했다.

모닝스타의 벤츠 디렉터는 은퇴를 눈앞에 둔 투자자가 아니라면 이번 약세장을 견뎌낼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에, 투자나 주식 보유를 지속하는 데 있어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벤츠 디렉터는 그러면서 변동성이 큰 지금과 같은 투자 환경에서 이른바 ‘승자’ 종목을 예측하는 것보다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것이 더욱 현명한 투자 전략이라고 추천했다. 벤츠 디렉터는 은퇴자들에게는 향후 7~10년치 인출 자금을 현금이나 우량 채권 같은 안전 자산으로 전환해 보유하는 전략도 고려된다고 조언했다.


라이프 플래닝 파트너스의 로조스키 매니저는 장기 투자자라면 지금이 오히려 주식을 매수하기에 좋은 시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주식 시장에 들어가면 투자 초기에는 손실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 것이 그의 설명이다. 로조스키 매니저는 “그러나 미국 주식시장은 지금까지 항상 반등해 왔지만, 이번에는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위험성도 존재한다”라고 덧붙이며 신중한 투자 결정을 당부했다.

■향후 예상되는 불확실성

경제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에,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이 가라앉는 데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뉴욕에 기반을 둔 투자 전략 및 기업 현금 관리 서비스 회사 트레저리 파트너스의 리처드 사퍼스타인 최고 투자 책임자는 “시장이 반등하려면 관세가 협상되어 줄어들고, 주식 가치가 더 낮은 매력적인 수준으로 떨어지며 경제 기초가 개선되어야 하는데, 현재 이 세 가지 요인을 모두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리톨츠 웰스 매니지먼트의 배트닉 매니징 파트너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조치를 일시 중지한 바 있기 때문에, 그가 다시 언제, 어떤 방식으로 계획을 변경할지 알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번처럼 투자 환경 예측이 불확실했던 적이 없었다”라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벤츠 디렉터는 “변동성이 큰 시기에는 뉴스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지출과 저축 비율에 집중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라며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몇 가지 사항에 집중하는 것이 좋은 대응 방식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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