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겠다” 더니… 최상목, 환율 위기 속 미국채 샀다
2025-03-29 (토) 12:00:00
김정현 기자
▶ ‘환율 방어 사령탑’이 작년 2억 원 매수
▶ 청문회 지적 불구 재구매 “부적절” 논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2억 원 상당의 ‘미국 30년 만기 국채’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은 전 세계적인 ‘강달러’ 현상에 더해 12·3 불법계엄 여파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환율 방어 사령관’인 최 부총리는 정작 원화를 팔고 달러에 베팅한 셈이다. 게다가 최 부총리는 2년 전 인사청문회 당시 미국채 보유가 문제 되자 “처분하겠다”고 밝혔는데도 이번에 다시 매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권에선 최 부총리의 처신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공개된 ‘공직자 재산공개’에 따르면 최 부총리는 지난해 미국채 30년물인 ‘T1.375 08/15/50’을 매수해 연말 재산신고 시점에 1억9,712만 원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채권은 미국 재무부가 2020년에 발행해 2050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미국 30년 만기 채권 상품이다. 한국일보는 27일 최 부총리 측에 채권을 매수한 시점이 구체적으로 지난해 언제인지 물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27일 한덕수 총리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다.
최 부총리의 업무에 속하는 원·달러 환율시장은 지난해 역대 최악으로 평가받았다. 연초부터 금리인하 가속페달을 밟을 것이라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당초 예상과 달리 속도를 조절했고, 4월부터는 중동 리스크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으로 심리적 마지노선인 “환율 1,400원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당시 최 부총리는 “대외 충격으로 금융·외환 시장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되는 경우 필요한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됐고, 급기야 12·3 불법계엄이 터지자 정부는 전 국민의 노후자산인 연금기금까지 동원해 환율 방어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 종가 환율은 1,472.5원으로 치솟아 외환위기 사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 전문가는 “환율을 지키겠다던 장관도 달러채를 사는데, 기관들이나 개인들이 한국채를 사겠느냐”며 “해외 기관들이 한국채에 대한 믿음을 철회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최 부총리가 이미 미국채 매입이 부적절하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최 부총리는 2023년 12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대통령실 경제수석 시절 1억7,000만 원 상당의 미국채를 매수한 사실이 드러나 문제가 됐다. 당시 야당 의원들은 “환율 폭등을 방어하기 위해 외환을 쏟아붓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이 훨씬 높아져야 수익률이 높아지는 미국채를 매수했다” “경제수석으로 계실 때 투자행위가 이뤄진 그 자체에 아무런 문제 의식을 안 가지고 있는 것은 정말 문제다”라며 질타를 퍼부었다. 이에 최 부총리는 “수석으로 있을 때 산 것이 도덕적으로 비판을 받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하신다면 이번 연말에 어차피 재산신고를 하니까 그 전까지 매도를 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최 부총리는 해당 상품을 팔았다.
하지만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미국채를 사들인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국 국채 투자는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우리 경제가 악화될수록 이득을 본다”며 “일반 개인의 미국 국채 투자는 문제 되지 않으나, 한 국가의 경제 책임자로서는 부적절하며 해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최 부총리의 미국채 보유 부적절성을 지적한 정태호 의원도 “지난번에 본인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스스로 팔았으면서 경제부총리가 된 뒤에 또 샀다는 것은 공직자로서 기본적인 자질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부총리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 부총리 측은 “미국채를 구입하는 것 자체가 공직자윤리법이나 다른 규정상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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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