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로라도 김서린씨 사건 구체상황 증언 법정 공개
▶ 검찰 “장시간 잔혹 폭행”
▶ 유가족, 부당 사망 소송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대학교수 남편에게 살해된 40대 한인 여성의 사인이 법원에서 공식 확인됐다. 지난 21일 열린 법원 심리에서 검찰은 피해자가 전신에 걸쳐 지속적이고 잔인한 폭행을 당했으며, 이로 인해 두개골이 골절돼 사망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날 판사는 남편에게 적용된 1급살인 혐의가 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21일 덴버 지방 법원에서는 지난해 7월 발생한 한인 여성 김서린(당시 44세)씨 살해 사건 당시의 잔혹한 폭행 정황이 더욱 구체적으로 밝혀졌다고 덴버 포스트 등 현지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수사관들의 법정 증언에 따라 검찰은 피해자 김씨가 오랜 시간 동안 반복적으로 폭행을 당했으며, 결정적으로 둔기 공격으로 두개골이 골절돼 숨졌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덴버 지역 노스 시라큐스 스트릿 인근 한 주택 침실에서 김씨가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팔, 머리, 가슴, 쇄골, 엉덩이에 멍이 들고 두개골이 골절된 김씨와 함께 생후 2개월 된 딸의 사체를 발견했다. 현지 검찰은 김씨의 남편으로 대학교수인 니콜라스 마이클버스트를 1급 살인 혐의로 체포해 기소했다.
이날 법정에서 검찰 측 안토니 산토스 검사는 “김씨는 신체 전반에 걸쳐 심하게 구타당했다”며 “세 군데의 두개골 골절, 폐출혈, 전신 타박상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어 산토스 검사는 “이것은 단순히 한두 차례의 폭행이 아니라, 장시간 지속된 잔혹한 폭행이었다”고 밝혔다.
덴버 경찰국 살인수사과 어니스트 샌도발 형사도 증언을 통해 김씨의 두개골 골절이 최소 0.5~1인치 크기의 둔기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망치 두 개를 발견했지만, 혈흔이 검출되지 않아 정확한 범행 도구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측은 마이클버스트가 범행 후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는 정황도 제시했다. 검찰은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침대 시트는 깨끗하게 정리돼 있었고, 수사관들이 이를 걷어낸 뒤에야 매트리스에서 혈흔이 발견됐다”며 “또한 쓰레기통에서는 피 묻은 흰색 린넨 장갑이 발견됐고, 건조기에서는 세탁된 장갑 다섯 개가 나왔다. 수사관들은 세탁기에서도 혈흔이 씻겨 내려간 흔적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날 증언에 따르면, 마이클버스트는 최초 신고 당시 응급구조대원들에게 “아내가 발판에서 떨어진 것 같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검찰은 부검 결과와 현장 증거를 종합했을 때 이는 신빙성이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마이클버스트는 공판 내내 변호인과 함께 조용히 앉아 있었으며, 법정에서 제출된 증거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거나 노트에 메모를 하는 모습이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김씨와의 관계에 대해 “문제는 있었지만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은 아니었다”고 진술했으며 “아이가 쉽게 깨는 편이라 부부가 번갈아가며 아이를 돌봤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숨진 김씨의 부모는 지난해 12월 마이클버스트를 상대로 부당 사망 소송을 제기했다. 그들은 법정 서류를 통해 김씨를 “규칙적이고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로, 디즈니 뮤지컬과 음악을 사랑했던 사람”으로 묘사했다. 마이클버스트는 오는 5월 8일 정식 기소 심리를 앞두고 있으며, 검찰은 이날 심리를 통해 더욱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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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