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군 공세 후 첫 방문 “완전히 해방하라”
▶ 총참모장 “점령된 영토 86% 이상 탈환…우크라군 작전 실패”

12일(현지시간) 군복입고 쿠르스크 사령부 방문한 푸틴 대통령[로이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에 반격하고 있는 접경지 쿠르스크주(州)에서 회의를 열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합의한 '30일간의 휴전'을 수용하라는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녹색 군복을 입고 러시아군 전투 사령부를 방문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에 점령된 쿠르스크 영토를 완전히 해방하라고 지시했다.
크렘린궁과 러시아 국영방송이 공개한 영상에서 푸틴 대통령은 책상에 지도를 펼쳐놓고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의 보고를 받았다.
타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쿠르스크에서 적을 패배시키는 임무가 완수되고 최대한 빨리, 완벽하게 이 지역 영토가 해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쿠르스크에 진을 치고 여전히 방어 활동을 벌이는 적을 가능한 한 빨리 격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이 지역 영토를 완전히 탈환한 뒤 국경을 따라 보안 구역을 만드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푸틴 대통령은 "쿠르스크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고 러시아군과 싸운 사람들은 테러리스트"라며 쿠르스크에서 잡힌 우크라이나군을 테러리스트로 취급할 것이며 이들에 대한 범죄 수사가 시작됐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군을 위해 싸운 외국인 용병들은 제네바 협약을 적용받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쟁포로 대우 등에 관한 제네바 협약은 생포한 군인을 재판에 회부하는 것을 금지한다.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쿠르스크에 있는 우크라이나군이 포위되고 고립됐으며 이들에 대한 조직적인 파괴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군이 1천100㎢ 이상의 영토를 탈환했다며 "이는 적이 점령했던 지역의 86%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 닷새간 24개 마을과 259㎢의 영토를 되찾는 등 최근 반격이 성공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 전투 과정에서 6만7천명 이상의 병력과 용병을 잃었다면서 "이들은 우크라이나군에서 가장 잘 준비되고 사기가 높은 부대 소속"이라고 밝혔다. 또 이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 430명을 생포했다고 덧붙였다.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에 대한 계획은 실패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쿠르스크 영토를 점령해 이를 향후 종전 협상에서 영토 교환의 카드로 활용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는 최근 600여명의 러시아 병사가 가스관 내부를 통해 약 15㎞를 이동해 우크라이나군 대형 깊은 곳으로 침투해 적의 허를 찔렀다면서 "이 작전이 우크라이나군의 방어망을 무너뜨리며 러시아군의 공세를 도왔다"고 말했다.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쿠르스크의 일부 지역에서는 러시아군이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 수미주로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서남부에 위치한 접경지 쿠르스크는 지난해 8월 기습 공격에 나선 우크라이나군이 일부 영토를 점령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이 지역을 방문한 것은 우크라이나군의 침공 이후 처음이다.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당초 주재하려던 정부 경제 회의를 업무 일정상 연기했다고 밝혔다. 쿠르스크 방문은 예정에 없던 돌발 일정이었던 셈이다.
푸틴 대통령이 쿠르스크 방문을 통해 러시아군이 전선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30일 휴전안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전날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고위급 회담을 열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30일간 휴전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제 (휴전은) 러시아에 달렸다"면서 러시아가 휴전안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러시아에서는 휴전이 우크라이나에 재무장 기회를 제공할 뿐이라는 부정적 반응이 나온다. 러시아가 쿠르스크 영토를 완전히 탈환하기 전까지는 휴전하면 안 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휴전안에 대한 미국의 설명을 들은 뒤 러시아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이날 브리핑에서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