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다양한 투자에 관심을 보여 온 60대 한인 장모씨는 지난해 10월부터 금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할 것으로 예측한 장씨는 트럼프가 당선되고 고관세 등 그의 정책이 실시되면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평가받는 금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시간과 자금에 여유가 있던 그는 두 달여에 걸쳐 코스코(COSTCO) 등 골드바를 판매하는 남가주 지역 업체 10여 곳을 돌면서 일명 ‘비스킷’이라 불리는 1온스짜리 골드바를 100개 사들였다. 그가 골드바를 구입하기 시작할 당시 시세는 온스 당 2,600달러가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3월4일 현재 금 시세는 온스 당 2,925달러. 2월 하순 한때는 거의 역사적 고점이라 할 수 있는 3,000달러에 육박하기도 했다. 4개여 월 사이에 10% 가량 오른 것이니 꽤 괜찮은 수익률이라 할 수 있다.
금은 희귀하고 보관과 운반이 쉬워 가치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화폐재산을 대신할 가장 좋은 수단으로 여겨진다. 그런 이유로 금은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 그 수요가 늘어난다. 수요가 늘면 가격은 오르게 돼 있다. 21세기가 시작될 때 금값은 온스 당 280달러 정도였다. 그랬던 것이 사반세기 후인 현재 3,000달러에 육박하고 있으니 투자수단으로서 금의 가치는 충분히 증명된 셈이다.
물론 최근의 금값 상승이 지난해 말 골드바를 사기 위해 코스코 앞에 늘어섰던 미국인들 때문에 초래된 것은 아니다. 미국의 보호무역 움직임에 따른 불확실성이 안전자산에 대한 글로벌 수요를 부채질한 것이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트럼프발’ 인플레이션 우려도 한몫했다. 인플레이션의 가장 강력한 위험회피 수단의 하나가 금이다.
그런데 특이한 현상은 가치 저장수단으로서 달러의 매력이 떨어지면 금값이 오른다는 게 통념인데 최근에는 달러도 강세, 금도 강세라는 사실이다. 그 배경에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사재기’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 2022년~2024년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3년 연속 매년 1,000톤이 넘는 금을 사들였다. 특히 중국과 튀르키예·폴란드 같은 나라들이 적극적이었다. 미국에 의해 해외 자산이 동결된 러시아를 지켜본 각국 중앙은행들이 만일에 대비해 금 매입에 적극 나선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트럼프라는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금값이 크게 출렁인다는 사실이다. 1기 트럼프 행정부 초기 북미 간에 긴장이 고조되고 트럼프 리스크가 부각됐을 때 금값 폭등 현상이 나타났다. 당시 트럼프의 대북 강경발언이 나올 때마다 금값이 요동쳤다. 그 여파로 2018년 초 한 때 금값은 온스 당 1,350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다 북핵 리스크가 많이 소멸되고 정치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자 금값 하락이 시작돼 1,200달러 밑으로까지 떨어졌다.
이렇듯 금 시세에는 너무나도 많은 변수들이 작용하기 때문에 정확한 전망과 예측은 어렵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으로 볼 때 경제적 불확실성과 정치적 불안정성이 손쉽게 제거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금값이 당분간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인 전망이라 할 수 있는 것 같다.
금년 1월 취임식에서 트럼프는 “미국의 ‘골든 에이지’가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그가 의도한 ‘미국 전성시대’라는 뜻의 황금기가 왔다고 보기는 힘들어도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금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는 의미에서는 일면 타당성 있는 표현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