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생이 아직 살아있는 느낌”
▶ ■차학경 오빠 존 차(John Cha) 인터뷰

차학경의 오빠 존 차가 오클랜드에서 인터뷰를 통해 ‘딕테’의 재출간 소감과 동생의 예술과 삶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딕테’는 다양한 예술 작품 담은 바구니, 알라딘서점 1위 높은 호응
UC버클리에서 문학과 예술관련 네가지 학위를 받은 한인 1.5세대 작가이자 예술가 차학경(Theresa Hak Kyung Cha. 1951-1982)의 대표작 ‘딕테’’(DICTEE)가 20년만에 재 출간 됐다.

재 출간 된 차학경 ‘딕테’(DICTEE) 표지.
본래 ‘딕테’는 1982년 뉴욕에서 영문으로 출판됐으며 책 출간 3일만인 1982년 11월 5일 차학경은 31세 나이에 불의의 죽음을 당했다. 한국어판은 김경년 교수(UC버클리 동아시아어학과)의 번역으로 1997년과 2004년에 한국에서 출간됐으나 절판되어 이번에 문학사상에서 2024년 11월 재 출간 했다. 차학경의 ‘딕테’는 실험성이 강한 작품으로 지금도 대학에서 페미니즘,탈식민주의,디아스포라(이산)문학, 소수민족문학 교재로 쓰이는등 주목을 받고있다.
본보는 책 재출간과 관련하여 오클랜드에 거주하고 있는 오빠 존 차(John Cha, 차학성 80)와의 인터뷰를 통해 동생 차학경의 삶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딕테가 20년만에 재출간된 소감은?
문학사상 출판사 덕분에 ‘딕테’를 다시 보게되어 기쁜 심정입니다. 저는 항상 테레사를 31살 여자 동생으로 기억하는데 ‘딕테’가 재 출간되는 계기로 학경이가 아직 살아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딕테’가 태어난지 42년이 되었는데 아직도 많은 관심을 사는 현상을 보고 놀랍기도하고 문학의 힘을 새삼스레 느낍니다.
▲어떻게 책이 재 출간되었는지요?
문학사상과의 인연으로 ‘딕테’ 번역본을 다시 한국에 선보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딕테의 중고 서적 가격이 30만 원을 넘어서는 등 이 책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이 책이 다시 나온 원인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문학사상과 직접적인 인연은 없고 권영민 교수님이 '딕테' 재출간을 추천하신 걸로 알고있습니다. 권 교수님은 버클리 대학에 오래동안 계시면서 학경의 문학과 예술에 대한 관심이 컸습니다. 미국내 학자와 작가들이 딕테에 대한 논문을 계속 발표하고 많은 대학에서 교과서로 사용하는등 딕테에 대한 관심이 계속 유지되어 왔습니다. 뉴욕이나 LA에서 딕테 낭독회가 열렸으며 . 버클리대학 예술박물관 아카이브에 소장된 학경이 예술 작품들은 미국, 유럽에서 전시되기도 했었습니다.
이번에 책 출간을 위한 알라딘 북펀딩으로 목표였던 100만원을 넘겨 4,000만원이 넘는 금액을 모으고, 정식 발매 1일 만에 알라딘서점 종합 1위를 차지하는 등 높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한국내 딕테에 대한 관심은?
한국어판 딕테는 1997년 토마토 출판사, 2004년 어문각에서 출간되어 2024년을 기준으로 하면 20년만에 재출간 되었습니다. 그리고 뮈토스 극단 (오경숙 연출)이 딕테 중심 ‘말하는 여자’ 공연을 하고 쌈지스페이스 갤러리 (단장 김홍희) 에서 전시회를 개최 하는등 딕테에 대한 관심이 계속 높았다고 생각합니다.
▲딕테는 어떤 책인지요?
딕테는 테레사의 다양한 예술 작품들, 즉 비디오, 필름, 페이퍼 작품, 우편 예술 작품, 도예, 퍼포먼스, 서적, 등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바구니라고 봅니다. 딕테는 아홉명의 여성 캐릭터를 통해서 언어의 정체, 여성의 발언권 및 표현의 필요성을 살펴보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딕테를 언제 처음 읽었는지요?
1982년 11월 동생 테레사의 장례식이 끝난후 집에 도착하자마자 책이 담긴 우편물 봉투를 열어봤는데 첫장에서 ‘어머니 보고싶어/배 고파요’ 문구를 보고 책을 덮었습니다. 손이 너무 떨려서 더 이상 볼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오로지 '어머니가 이걸 보면 큰일 난다’라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받으실 충격 때문에 책을 숨겼습니다. 며칠 후에 다시 책을 열어봤는데 읽지 못하고 아무튼 끝까지 읽는데 몇달이 걸린것 같습니다.
▲어머니( 허형순)는 어떤 분인지요?
어머니는 독서를 좋아하시어 에세이를 책으로 내기도 하고 한국일보에 ‘여성의 창’ 칼럼을 쓰기도 했으며 늦게 가주 문단에 등단 하셨습니다. 학경이와 매우 가까운 사이였고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어머니도 딕테를 사전을 참고하시면서 끝까지 읽으셨습니다. 그리고 동생의 죽음으로 많이 우셨습니다. 어머니는 만주 용정 이야기를 자주했으며 학경이도 어머니의 스토리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실은 ‘딕테’가 뉴욕에서 1982년 처음 발간 됐을때 아반가드 컴뮤니티에서 잠시 인기를 끌다가 끝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많은 독자들이 동생 차학경과 ‘딕테’를 잊지않고 지금까지 높은 관심을 보여주고 사랑해줘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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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