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5년 미국 마약단속국 요원 살해 지시한 카로 킨테로 포함
▶ 미국·멕시코, 장관급 안보 회의… “마약·총기밀매 차단 협력안 논의”
멕시코 정부가 미국 당국의 눈엣가시였던 옛 마약 밀매 조직 두목을 포함해 29명의 수감자를 미국으로 전격 인도했다.
멕시코 검찰청은 27일(현지시간) 설명자료를 내고 "오늘 전국 여러 교도소에 수용돼 있던 29명이 미국으로 이송됐다"며 "이들은 마약 밀매를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범죄를 저지른 조직과의 연관성으로 (미 당국의) 수배 대상이었다"고 밝혔다.
멕시코 검찰은 공식적인 범죄인 인도가 미국 법무부 요청에 따라 이뤄졌으며, 모든 절차를 준수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처는 양국 주권을 존중하는 틀 안에서 협의·협력·상호주의 원칙에 근거해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이들 29명 중에는 옛 과달라하라 카르텔 우두머리였던 라파엘 카로 킨테로(72)가 포함된 것으로 멕시코 당국은 확인했다.
카로 킨테로는 1980년대 '나르코(마약범) 중의 나르코'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마약 거물이다.
1985년 할리스코주(州) 과달라하라에 파견 근무 중이던 미 마약단속국(DEA) 요원 엔리케(키키) 카마레나의 고문·살해를 지시한 주범이기도 하다.
양국 외교관계 경색으로까지 이어진 카마레나 요원 살해 사건은 훗날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나르코스 멕시코' 주요 플롯으로 각색되기도 했다.
1985년 코스타리카에서 체포돼 40년 형을 선고받은 카로 킨테로는 재판 절차상의 오류에 따른 형 집행 정지 처분 결정으로 28년 만인 2013년에 석방됐다.
이 결정은 두 달 만에 대법원에서 뒤집혔지만, 카로 킨테로는 잠적한 채 은신 생활을 이어갔다.
미국이 2천만 달러(체포 당시 환율 기준 약 265억원)의 현상금을 내걸 정도로 중요 범죄자로 여겼던 카로 킨테로는 결국 2022년 탐지견의 도움을 받은 멕시코 해군에 의해 시날로아주 산시몬에서 검거됐다.
당시 작전 과정에 멕시코 해군 블랙호크 헬기가 추락해 14명이 숨지는 일도 있었다.
이번 범죄인 인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멕시코산 제품 25% 관세 부과 예고 이후 관련 양국 협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발표됐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이 앞서 지난 25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관세 문제를 놓고 "미국 측과 긴밀히 협상 중"이라고 밝혔던 터라, 이번 범죄인 인도 결정이 '관세 부과 예외' 협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멕시코 외교·안보·국방 장관은 워싱턴DC를 찾아 미국 측 카운터 파트와 양국 국경 지대를 중심으로 한 보안강화 협력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멕시코 측에서 후안 라몬 데라 푸엔테 외교장관, 오마르 가르시아 하르푸치 안보장관, 리카르도 트레비야 국방장관, 알레한드로 헤르츠 마네로 법무장관, 페드로 모랄레스 해군 제독이 참석했다고 멕시코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미국 측에서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팸 본디 법무장관 등이 자리했다고 멕시코 일간 레포르마는 보도했다.
데라 푸엔테 멕시코 외교장관은 회담을 마친 뒤 "매우 긍정적인 회의였고, 모든 기대를 충족시킨 만남이었다"며 "펜타닐을 비롯한 마약 밀반입과 무기 밀매와의 전쟁을 강화하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멕시코 에네마스(N+) 방송은 전했다.
멕시코 외교부는 모든 양자 활동이 공동 책임, 상호 신뢰, 종속 아닌 협력, 주권 존중의 틀 안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멕시코 내부에선 이번 범죄인 인도가 '불법적'이라는 문제 제기도 나오고 있다.
'Z-40'(본명 미겔 앙헬 트레비뇨 모랄레스)이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마약 갱단원의 변호인은 현지 라디오 방송 그루포 포르물라 인터뷰에서 "범죄인 인도 절차에 필요한 법적 절차를 밟지 않았다"며 "제 의뢰인의 경우 미국 이송 대상이 될 것인지에 대한 법원 결정조차 없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