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리한 검찰 기소의 억울한 희생양이었나”… 성폭행 혐의 한인… 1년만에 기소 철회돼

2025-02-27 (목) 12:00:00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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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SA 근무 전 엔지니어 7개 혐의 모두 없던일로

▶ 검찰 “입증 증거 불충분”
▶ 변호사 “명예·평판 훼손”

데이팅 앱에서 만난 여성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던 전 연방항공우주국(NASA) 소속 한인 엔지니어 심모씨(본보 2024년 4월5일 보도)에 대한 모든 형사기소가 1년여 만에 철회됐다.

심씨의 변호인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인해 심씨가 모든 평판을 잃어야 했다”며 “그는 지역 검사장의 정치적 욕심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했다.

텍사스주 해리스 카운티 검찰 기록에 따르면, 데이팅 앱에서 만난 여성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던 심씨에 대한 모든 혐의가 기각됐다고 KHOU 11와 ABC 13 등 휴스턴 지역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심씨는 지난 2024년 3월 두 명의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근무 중 긴급 체포됐으며, 이후 추가로 혐의가 제기되면서 총 7건의 혐의로 해리스 카운티 검찰에 의해 기소됐었다. 당시 검찰은 보도자료를 통해 심씨가 여성들의 동영상을 촬영하고 경찰에 신고할 경우 영상을 공개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상습 성범죄자’ 혐의가 있다고 공개했었다. 또한 심씨가 일본, 캐나다, 영국 등 해외를 자주 드나든 사실을 공개하며, 전 세계적으로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러나 기소 1년여 만인 지난 25일 해리스 카운티 검찰은 성명을 통해 심씨가 기소된 총 7건 가운데 6건의 혐의는 사건을 재판에 회부할 충분한 증거가 없으며, 7번째 피해자는 고소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1년여 만에 심씨에게 씌워진 성폭행 혐의가 모두 철회된 것이다.

KHOU 11에 따르면 해리스 카운티 검찰의 션 티어 검사는 검찰이 11개월 동안 증거를 면밀히 검토했지만 성폭행 혐의를 입증할 만한 충분한 근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티어 검사는 해당 범죄 혐의들에 대한 공소시효가 이미 만료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줄곧 심씨의 무죄를 주장해온 변호인 닐 데이비스는 검찰이 정치적 이유로 심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데이비스 변호사는 “해리스 카운티 검찰의 킴 오그 검사장이 정치적 업적을 위해 이 사건을 기회로 삼아 누군가를 기소하고 언론에 보도되도록 했다”며 “언론 브리핑과 미디어 유출, 기자회견에서의 자극적인 발언들로 심씨의 명예는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데이비스 변호사는 이어 “당시 검사장 선거가 있던 해였고 휴스턴 경찰국 강간 수사부서는 사건 처리에서 큰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심씨가 정치적 희생양이 되었고, 연쇄 성폭행범의 얼굴이 되어버렸다”며 “이 모든 과정은 심씨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는 1년 동안 자택 연금 상태로 살았고, 그의 삶은 멈춘 채로 지낼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또한 데이비스 변호사는 심씨가 기소된 이후 NASA로부터 사임을 강요받았으며, 그 결과 더 이상 해당 기관에서 근무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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