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길’(Trail of Tears)은 미 남동부에서 중서부까지 수만명의 인디언들이 걸었던 길이다. 지금의 앨라배마, 조지아, 플로리다 등지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던 체로키, 머스코지, 세미놀, 치카소, 촉토 등 ‘문명화된 5개 부족’은 1830년 ‘인디언 추방법’이 통과되면서 정든 고향을 떠나 낯선 중서부로 강제 이주 당했다.
이주 대상은 6만명이었지만 도착한 사람은 4만5천명에 불과했다. 험한 길을 가는 도중 1만천명 정도가 굶주림과 추위, 질병으로 사망한 것이다. 이 길에 ‘눈물’이란 단어가 붙은 것은 그 때문이다.
이 법이 제정되는데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1828년 조지아 달로네가에서 금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조지아 골드 러시’로 불리는 이 사태로 백인들이 모여들면서 이곳에 대대로 눌러 살고 있던 인디언들은 ‘눈에 가시’ 같은 존재가 됐다.
이들은 조지 워싱턴의 권고에 따라 백인 사회를 따라 배우려 노력한 인디언들이었다. 그래서 ‘문명화된 5개 부족’이란 이름을 갖게 됐지만 백인들의 탐욕 앞에 아무 소용이 없었다. 1831년 촉토를 시작으로 1838년 체로키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쫓겨났고 이들의 보금자리였던 2천500만 에이커의 땅은 백인들 차지가 됐다.
이 작업을 주도한 사람이 다소 생소하지만 보기보다 중요한 인물인 앤드루 잭슨이다. 미 7대 대통령인 그는 미 역사상 처음 독립 전쟁을 주도한 버지니아와 매사추세츠가 아닌 캐롤라이나에서 태어난 사람이다. 첫 6명의 대통령은 워싱턴을 제외하고는 모두 엘리트 교육을 받은 변호사 출신었지만 잭슨은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가 사망하는 바람에 홀어머니 아래 어렵게 자랐고 독립 전쟁 때 민병대원으로 싸우며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전쟁이 끝난 후에는 독학으로 공부해 변호사 자격을 따 판사까지 됐으며 수백명의 노예를 소유한 농장주로도 변신한다.
1812년 미국과 영국 사이 전쟁이 벌어지자 자원병을 모아 참전하며 1815년 1월 뉴올리언스 전투를 승리로 이끌면서 일약 미국민의 영웅으로 떠오른다. 그 후에는 인디언 전권 대사가 돼 크리크, 촉토, 체로키, 치카소 등 인디언들로부터 그들이 살고 있는 땅 수천만 에이커를 미국 정부에 넘기는 조약을 받아낸다. 그는 또 세미놀 인디언을 물리친다는 구실로 당시 스페인령이던 플로리다를 침공해 일부를 점령한 후 스페인에게 플로리다를 팔 것을 요구하며 결국 이는 1819년 애덤스-오니스 조약을 통해 이뤄진다.
이런 업적을 바탕으로 1828년 대통령에 당선된 그는 동남부에 남아 있는 인디언들의 모두 내모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으며 이를 위해 제정된 것이 ‘인디언 추방법’이다. 그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당시 멕시코 땅이었던 텍사스를 매입하려 하나 멕시코의 거부로 실패한다. 하지만 1836년 이곳에 살던 미국인들이 반란을 일으켜 ‘텍사스 공화국’을 세우자 임기 마지막 날 이를 독립국으로 승인함으로써 훗날 합병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는다.
그는 또 재임 중 암살 위협을 모면한 첫번째 대통령이다. 1835년 의사당에서 나오는 그를 리처드 로렌스란 실직 화가가 공격했다. 첫번째 꺼내든 총이 불발되자 두번째 총을 겨눴으나 이 또한 불발됐다. 이 틈을 노려 잭슨은 들고 있던 지팡이로 그를 가격했고 결국 그는 체포됐다. 로렌스는 나중에 정신 이상 판정을 받아 복역 대신 정신 병원에 입원했다.
전임자들이 모두 동부 명문가 출신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서부 개척 시대 일반 민중의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됐기 때문에 그의 집권 기간은 ‘잭슨 민주주의’로 불린다. 그는 의사당 동쪽 베란다에서 취임 선서를 한 첫 대통령이며 취임 후 일반 대중을 백악관으로 초청한 인물이기도 하다. 진흙 묻은 신발을 신은 사람들이 떼로 몰려드는 바람에 일부 가구가 파손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동안 잊혀져 온 이 인물이 요즘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백악관을 차지하고 앉은 도널드가 맥킨리보다 더 좋아하는 인물이 있다면 바로 잭슨이다. 백악관 그의 집무실에는 취임하면서 그의 초상화가 다시 걸렸다. 집권 1기 때도 걸렸었지만 바이든이 치운 것을 다시 건 것이다.
불법 체류자 추방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그린란드와 파나마, 가자 지구 심지어는 우크라이나의 광물까지 차지하겠다는 그이고 보면 왜 잭슨을 좋아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는 러시아의 침공을 받아 3년간 영웅적인 항쟁을 벌이고 있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독재자” “허접한 코미디언”으로 부르며 전쟁 책임을 우크라이나에게 돌렸는데 그 이유가 광물 소유권을 순순히 내놓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유 세계의 리더’를 자처하던 미국은 사라지고 땅 뺏기에 여념이 없던 제국주의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
<
민경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