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보건원’(NIH)이 최근 연구 자금의 간접비를 대폭 축소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의학, 과학, 교육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번 결정이 의학 연구와 대학, 병원 및 많은 환자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2월 7일 발표된 NIH의 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신규 및 기존 간접비에 대해 15%의 상한선이 적용될 예정이다. 그동안 간접비는 각 기관과 NIH 간의 협상에 의해 결정되었으며, 평균적으로 NIH는 연구 기관에 대해 28%의 간접비를 지원해왔고 일부 기관의 지원 비율이 60%를 넘는 경우도 있었다. 22개 주는 삭감이 시행되기 직전인 2월 10일,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또한, 미국의학대학협회와 관련 단체들도 별도의 소송을 제기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US월드뉴스앤리포트는 NIH의 간접비 삭감이 의대와 연구 대학, 그리고 관련 전공 학생들에게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간접 비용이란?

간접 비용은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데 필수적인 다양한 항목에 사용되는 자금을 의미한다. 이 비용은 연구 장비, 사무실 운영, 연구 보안, 데이터 처리, 안전성 관리, 회계 지원, 법적 및 규제 지원 등을 포함한다. 또한, 실험실 건설, 폐기물 처리, 유틸리티 비용, 실험실에서 일하는 대학원생의 급여 등도 간접 비용에 포함될 수 있다.

각 대학은 연구 프로젝트와 그 진행 상황에 따라 NIH와 개별 협상을 통해 간접 비용 지원 비율을 결정한다. 2023 회계연도에 따르면, 30만 명이 넘는 연구자들에게 약 350억 달러의 연구비가 지원되었으며, 그 중 약 90억 달러가 간접 비용으로 사용되었다. 의료 및 과학계는 이러한 간접 비용이 암, 파킨슨병, 당뇨병, 조류독감 등 다양한 질병의 연구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하며, 간접비 삭감에 반대하고 있다.

■간접비 삭감 이유는?

NIH는 간접비 상한선을 15%로 하향 조정한 이유로 민간 재단이 연방 정부에 비해 대학에 제공하는 간접비 비율이 훨씬 낮다는 점을 들며, 이번 상한선 하향 조정이 시장 비율과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료계 관계자들은 민간 재단의 간접비 비율이 낮은 이유는 NIH를 통해 대학과 연구 기관이 간접비 지원을 받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 마리온 페퍼 면역학과 학과장은 “의과대학들은 NIH와 맺은 협약을 통해 의학 및 과학을 연구하는데, 민간 재단의 지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연방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라며 “많은 대학이 과학 연구를 통해 국민과 납세자들에게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라고 강조했다.

간접비 삭감은 트럼프 행정부의 과도한 정부 지출을 줄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도 해석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간접비를 현재 36조 달러를 넘는 연방 정부 부채의 주요 항목 중 하나로 꼽고 있다. 현재 많은 기관들이 NIH의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으며, UC 대학 시스템은 그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NIH로부터 약 26억 달러를 지원받았다. NIH는 UC 대학 시스템의 최대 연구 기금 지원 단체이기도 하다.

■연구 대학 및 의대 학생에 미칠 영향은?

의료 및 과학계는 NIH의 연구 자금 간접비 상한선이 15%로 제한되면 대학의 연구 관련 프로그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간접비 삭감에 반대하며 소송을 제기한 주들은 이 결정이 연구 환경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경고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간접비 삭감이 실제로 시행될 경우 대학원 프로그램에서 연구 관련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미국대학교 교수협회’ 이사회 회원인 첸제라이 쿠마니카 교수는 “학생들은 이 같은 변화가 자신의 미래와 연구 환경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라며 “과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부를 상대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간접비 삭감은 연구 환경뿐만 아니라 의학과 과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에게도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과학 연구의 미래와 학생들의 연구 기회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의학 및 과학계에 미칠 영향은?

미국대학교수협회는 간접비 삭감이 다양한 연구 분야에서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구 예산이 줄어들고 과학 발전이 늦어지며, 결국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주들은 간접비 삭감이 연구 인력 해고, 임상 시험 중단, 현재 진행 중인 연구 프로그램의 중단, 연구실 폐쇄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간접비 삭감이 미국 의료계의 세계적인 연구 분야에서 리더로서의 지위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연구 기관들은 백신 개발, DNA 염기서열 분석 등 중요한 의학적 성과를 거둔 바 있으며, 이들 대부분이 NIH 자금을 지원받아 이루어진 것들이다.

<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