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종교인 칼럼> 인내의 미학

2025-02-19 (수) 07:5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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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준식 목사/ 밀피타스 세화교회

인내는 신앙의 가장 위대한 덕목 중 하나입니다. 신앙의 여정을 걷다 보면, 예상치 못한 시련과 도전이 닥쳐옵니다. 때로는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변화되지 않는 현실 앞에서 좌절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분명하게 말합니다. “네가 나의 인내의 말씀을 지켰으니, 나도 너를 지키리라” (계 3:10). 하나님은 우리의 인내를 결코 헛되이 두지 않으시며, 그것을 기억하시고 보상하십니다.


빌라델비아 교회는 크지 않았고, 사회적 영향력이 미약한 공동체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핍박 속에서도 끝까지 믿음을 지켰습니다. 유대인 지도자들과 로마 당국이 그들을 배척하고 박해했지만, 주님께서는 그들을 보호하시며 “열린 문”을 주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신앙의 역설입니다. 겉으로는 약해 보이지만, 하나님 앞에서는 가장 강한 교회였습니다. 세상은 힘과 권력을 숭배하지만, 하나님은 겸손한 믿음과 인내를 더욱 귀하게 여기십니다.


성경은 인내를 통해 하나님의 복을 받은 수많은 인물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요셉과 욥입니다.요셉은 젊은 시절 형들의 시기로 인해 애굽으로 팔려갔고,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는 시련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며 인내했고, 결국 애굽의 총리가 되어 형들을 용서하고 하나님의 구원의 계획을 이루었습니다. 또한욥은 극심한 고난을 겪었지만 하나님을 향한 신뢰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하루아침에 모든 재산과 자녀들을 잃고, 심지어 육체적인 고통까지 당했습니다. 그러나 욥은 끝까지 하나님을 신뢰하며 인내했습니다. 결국 하나님께서는 그에게 이전보다 더 큰 복을 주셨고, 그의 믿음과 신실함을 인정하셨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빨리빨리 문화’ 속에서 살아갑니다. 스마트폰으로 몇 초 만에 정보를 얻고, 온라인 쇼핑을 하면 하루 만에 물건을 받을 수 있으며, 모든 것이 즉각적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하는 시대입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인내’라는 덕목은 점점 더 잊혀지고 있습니다. 기다리는 것 자체가 힘들어졌고, 고난이 닥쳤을 때 즉각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조급해지는 것이 현대인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우리와 다른 시간을 사시는 하나님의 은총을 경험할 기회를 자주 잃곤 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자꾸 신비를 잃어가는 이유입니다.


기독교 신앙은 우리에게 ‘인내의 미학’을 가르칩니다. 인내는 단순히 참고 버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하신 뜻을 믿으며 기다리는 태도입니다. 인내는 희망입니다. 우리의 신앙은 순간적인 감정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깊어지고 성숙해지는 과정입니다.인내는 단순히 참고 견디는 것이 아닙니다. 희망을 품고 기다리며, 하나님의 뜻을 신뢰하는 능동적인 태도입니다. 인내는 하나님이 약속하신 선물을 믿고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인내는 믿음의 가장 깊은 속성입니다.


신앙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믿음이 연약해질 때도 있고, 기도가 공허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님은 우리가 인내할 때마다 우리에게 더 가까이 다가오십니다. 고난이 올지라도, 하나님의 보호 아래 있는 삶이야말로 가장 복된 삶입니다. 어렵고 힘든 일이 있거든, 이 말씀을 기억하십시오. “네가 나의 인내의 말씀을 지켰으니, 나도 너를 지키리라” (계 3:10). 이 말씀이 우리를 지켜줄 것입니다. 우리가 처한 현실이 힘들지라도, 끝까지 인내하며 나아갑시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인내를 보시고, 우리의 삶을 지키실 것입니다. 믿음의 경주에서 낙심하지 말고, 끝까지 견디는 자가 됩시다. 그분이 우리를 기억하시고, 환란 날에 우리를 지키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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