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보복 시작된 날 새 관세폭탄으로 글로벌 무역전쟁에 기름 부어
▶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되면 ‘대미 수출’ 韓 업계 타격 불가피
▶ 상호관세, 對韓 영향 적을 수도…예고된 반도체 관세는 ‘시한폭탄’
![‘관세전쟁’ 키우는 트럼프…품목별 관세·상호 관세로 확전 의지 ‘관세전쟁’ 키우는 트럼프…품목별 관세·상호 관세로 확전 의지](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25/02/09/20250209174112671.JPG)
전용기에서 취재진과 문답하는 트럼프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상대로 시작한 '관세 전쟁'을 점차 전 세계로 확대하는 모습이다.
미국이 지난 4일 부과하기 시작한 대중(對中) 추가 10% 관세에 대해 중국 측이 베이징 시간으로 10일 0시(동부시간 9일 오전 11시)를 기해 '대미 보복 관세'에 나서자 트럼프 대통령이 또 다른 '관세 폭탄'을 줄줄이 예고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오후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인 슈퍼볼을 관람하기 위해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로 향하는 전용기(에어포스 원) 안에서 기자들과 문답하면서 10일 철강과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부과 대상 국가에 대해서는 "모두"(everybody)라며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철강 제품은 25%의 관세를 내야 한다"고 했다.
또 철강과 함께 알루미늄에 대해서도 같은 세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상호 관세'를 11일이나 12일에 발표할 것이며, 상호관세 부과가 효력을 갖는 시점에 대해서는 "거의 즉시"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이웃나라인 캐나다·멕시코에 25%, 글로벌 패권 경쟁국인 중국에 추가 10%의 보편 관세를 각각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집권 2기 관세 전쟁의 서막을 열었다.
그는 세 나라에 관세를 부과하는 시점으로 예고한 날(4일)을 하루 앞둔 지난 3일 캐나다·멕시코와는 정상 간 통화를 통해 관세를 한 달간 유예하기로 결정했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가 이뤄지지 않자 예정대로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맞서 중국이 베이징 시간으로 10일 0시부터 대미 보복 조치에 들어가며 전세계는 관세전쟁의 확전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품목별 관세 및 상호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글로벌 관세 전쟁'에 대한 우려는 점차 현실이 돼가고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반도체·의약품과 함께 묶어 수개월 내 부과하겠다고 했는데, 그 시점이 확 당겨진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가진 정상회담에서 미국 철강기업인 US스틸에 대한 일본제철의 인수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회담에서 미일 정상은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하는 대신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로 합의했는데, 이것이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의 시점을 앞당기는 데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제철의 US 스틸 인수 관련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철강과 알류미늄에 대한 25% 관세 부과 발표 계획을 언급했으며 관세가 "US스틸을 매우 성공적인 기업으로 만들 것"이라고 역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밝힌 대로 10일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 대미 수출을 하는 한국 철강업계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철강 시장은 연간 1억t이며, 자체 생산량이 8천만t이다. 수입량은 2천만t 이상인데 이 중 한국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64만t 정도인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2018년 국가 안보를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각각 부과했고, 한국은 미국과 협상으로 철강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수출 물량을 이 정도로 제한하는 쿼터제를 수용한 바 있다.
물론, 아직 구체적인 행정명령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터라 트럼프 대통령이 예외없이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할지, 트럼프 집권 1기 때 협상을 완료한 한국에 대해선 일부라도 예외를 인정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일 혹은 12일 발표를 예고한 상호 관세도 글로벌 관세전쟁을 부추기는 데 설상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관련 발언을 보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한국의 경우 그 파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우리에게 130%를 부과하는 데 우리가 아무것도 부과하지 않는다면, 그런 상황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뒤 "모든 국가가 상호적일 것이다"라면서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와 비슷한 관세가 있는 어느 곳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이는 관세 장벽이 높은 국가와, 한국처럼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상당 부분 철폐한 나라는 다르게 대우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식 상호관세'가 일반적인 상호관세의 의미와 정확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우려할만한 부분이다.
그가 무역적자를 이유로 상호주의에 어긋난다고 주장할 경우 주요 대미 무역 흑자국 가운데 하나인 한국도 표적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에 대해 미국이 3천억 달러의 무역 적자를 보고 있다면서 "그들(EU)은 20%의 부가가치세를 매기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높다. 그것은 거의 관세와 비슷하다"며 조세제도까지 문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언급하지 않았지만 반도체, 의약품, 석유, 가스 등 일부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는 여전히 '시한폭탄'으로 남아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석유와 천연가스에 대해 오는 18일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한국의 대표적 주력 수출 품목이어서 관세가 실제로 부과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몰아치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마약문제와 관련, 관세라는 무기로 캐나다·멕시코를 굴복시켜 상당한 양보를 얻어내며 톡톡히 재미를 본 바 있다.
그 이후 그는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 제조업 재건, 감세를 위한 재원 활용 등 대선 공약 실현을 위해 관세를 최대한 무기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