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ICE, 애난데일 아파트 급습

2025-02-06 (목) 07:44:28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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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웬디스 옆 단지 5일 새벽 6시경 들이닥쳐… “라티노 25명 체포”

ICE, 애난데일 아파트 급습

5일 오전 6시경 이민단속반(ICE)이 출동해 25명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진 버지니아 애난데일의 한 아파트 단지(Fairmont Gardens).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대대적인 이민 단속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버지니아 애난데일의 한 아파트 단지(Fairmont Gardens)에도 5일 오전 6시경 이민단속반(ICE)이 출동해 25명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난데일의 리틀 리버 턴파이크(Little River Tnpk) 선상 웬디스 옆에 위치한 이 단지에는 1만명이 넘는 라티노들이 살고 있으며 대부분 불법이민자로 과거 폭력조직 간의 싸움으로 살인사건이 발생한 곳이기도 하다.

단지 내에서 매춘, 마약, 도박 등 불법행위가 빈번하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이들은 가정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팔기도 하며 무허가 이발소, 미장원, 치과, 어린이집 등을 운영하기도 한다. 마치 미국이 아닌 제3세계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이곳은 ‘애난데일 라틴 아메리카’로도 불린다.


이날 출동한 단속반은 무차별 검거가 아닌 이미 확보한 명단에 따라 범죄 기록이 있는 용의자를 체포했으며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이웃들도 대부분 불법이민자인 만큼 자칫 불똥이 튈까 우려하며 숨죽여 지켜볼 뿐이었다.

이 지역에서 라티노를 대상으로 사역을 전개하고 있는 굿스푼선교회 김재억 목사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불안해하던 주민들이 바로 옆에서 이웃이 체포되는 것을 보면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다”며 “범죄자를 잡아가는 것은 마땅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애난데일에서 거리급식을 진행하면 보통 80명 정도가 모였는데 최근에는 40명 정도로 줄었다”며 “절박한 이들을 궁지로 몰면 오히려 더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한편 지난달 26일에도 버지니아 알렉산드리아의 한 아파트 단지(Beacon Hill)에 이민단속반이 급습했다. 일요일 아침 무장한 경찰이 아파트 문을 두드리고, 강제로 문을 열려고 시도하며 대대적인 체포 작전을 펼쳤다. 단속반은 영장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범죄 기록이 있는 용의자를 대상으로 체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LA, 시카고, 피닉스 등 다른 대도시에 집중됐던 이민단속이 버지니아 페어팩스 카운티로도 확산되면서 집으로 찾아갈 뿐만 아니라 학교, 병원, 교회 심지어 스쿨버스에서도 체포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카운티 교육청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강조하며 단속에 대처하는 방법을 안내했다. 단속반이 찾아오면 먼저 영장이 있는지를 묻고, 문을 열기 전에 영장을 보여 달라고 요구한 다음 문틈으로 확인해야 한다. 또한 미국 시민이라고 거짓말을 하거나 허위 문서를 제시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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