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나친 스마트폰 사용… 자기조절 발달 낮춰”

2025-02-06 (목) 12:00:00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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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스마트폰 등 고자극에 계속 노출되면 즐거움 멈추거나, 지겨움 견디는 능력↓

▶ 아빠 육아, 아이 조절능력 키우는 데 도움
▶ “부모부터 자기조절 모습 보여야 한다”

“지나친 스마트폰 사용… 자기조절 발달 낮춰”

지난달 22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김효원 교수가 자기조절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새 학기를 앞둔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사줘야 할지, 사준다면 언제가 좋을지 고민이 깊어지기 마련이다. 하교 후 아이와 연락하려면 스마트폰이 필요하지만, 유튜브·게임 등에 많이 노출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큰 탓이다. 같은 반 아이들 중 우리 아이만 스마트폰이 없어 교우관계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지 하는 우려도 든다. 23년째 아이들의 마음을 돌보고 있는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김효원 교수에게 이에 대해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스마트폰보단 전화·문자만 되는 휴대전화를 먼저 사주는 게 좋고, 시기는 같은 반 아이들 10명 중 6~7번째가 바람직합니다.”

그가 이렇게 답한 건 “아이들의 경우 아직 자신의 욕구나 감정·행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완전히 자라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김 교수는 “스마트폰처럼 즉각적으로 강렬한 자극을 주는 대상을 조절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스마트폰을 사준다면 반드시 그 전에 아이와 이야기를 해 먼저 사용규칙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단 규칙을 정했다면 규칙을 수정하기로 약속한 때까진 단호하고 일관되게 지켜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2023년)를 보면 3~9세 유아동 중 25.0%는 스마트폰 과의존 상태였다.

지난달 22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김 교수는 인터뷰 내내 ‘자기조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아이에게 딱 하나만 가르친다면, 자기조절’이란 책을 출간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자기조절은 외부 환경과 내부 자극에 반응해 자신의 감정과 행동, 생각을 조절하는 능력이다.


김 교수가 스마트폰과 함께 꼽은 자기조절 발달의 걸림돌은 유튜브다. “영상 속 강력한 자극에 계속 노출되면 다른 부문에선 재미를 얻지 못하게 돼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즐거움을 멈추는 능력, 지겨움을 견디는 능력도 키우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즐거움을 멈추는 능력과 지겨움을 견디는 능력은 하기 싫은 것을 참고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자기조절과 관련이 있다.

학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또 다른 요인으론 지나친 선행학습을 꼽았다. 학업을 위한 선행학습이 오히려 학업능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얘기다. “공부가 어렵고 노력 대비 성적이 잘 안 나온다고 생각할 때 아이들은 자신감이 떨어지며 공부를 싫어하게 됩니다.” 무리한 선행학습은 자칫 무기력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2022’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만 15세 청소년의 22%(OECD 평균 18%)는 ‘삶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자기조절을 ▲감정조절 ▲행동조절 ▲인지조절 ▲관계에서의 조절 ▲즐거움과 동기의 조절로 구분했다. 감정조절은 실패·좌절을 견디고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능력, 행동조절은 말·행동의 충동을 참거나 욕구 만족을 늦추는 능력을 말한다. 인지조절은 목표를 세운 뒤 문제를 해결하거나 걱정·강박을 조절하는 힘이다. 하지 말라고 할 때 멈추거나(관계에서의 조절), 즐거움을 멈추는 능력(즐거움과 동기의 조절)도 중요하다.

김 교수는 “다른 조절능력의 밑바탕이 되는 것이 감정조절”이라며 “복식호흡이나 버터플라이 허그 등을 배워두면 분노·불안과 같은 감정에 압도당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버터플라이 허그는 양팔을 교차한 뒤 손가락 끝을 쇄골에 얹고 스스로를 토닥이는 방법이다. 행동조절을 위해선 ‘거북이 방법’을 추천했다. 거북이 방법은 원하는 것이 곧바로 되지 않거나 화가 난 상황에서 행동을 잠시 멈춘 다음, 본인을 거북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법이다. ①화났다는 것 알아차리기 ②행동 멈추기 ③등껍질 안에 있다 생각하고 3번 심호흡하기 ④차분히 해결책을 생각할 수 있다면 등껍질 밖으로 나오기 순으로 이뤄진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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