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그러다가 갑자기(gradually, then suddenly).’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태양은 또다시 떠오른다’에 나오는 구절이다. 파산은 그렇게 찾아온다는 것이다. 이 말은 지정학적 사태에서도 일종의 규칙으로 적용된다.
아주 강고해 보인다. 그 모습 그대로 수 세기를 버텨왔다. 그런 정치구조, 혹은 정치적 파워가 갑자기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다. 그 소멸은 점진적이다. 그러나 붕괴는 어느 날 급작스럽게 이루어진다.
1917년에 붕괴된 러시아제국, 그 뒤를 이어 등장한 소련제국의 몰락(1991년)이 그 경우다. 제국의 영화는 영원할 것 같았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붕괴의 운명을 맞았다. 1918년에 무너진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오토만제국(1922년 종식)도 같은 궤적의 종말을 맞이했다.
지난달, 그러니까 2024년 12월에도 비슷한 사태가 벌어졌다. 2대 세습 독재권력 시리아의 알아사드 체제가 반세기만에 돌연사를 하고 만 것이다.
‘서서히, 그러다가 갑자기’ 찾아오는 돌연사. 베네수엘라의 마두로가 그 0순위 후보다.
마두로는 2013년 우고 차베스가 사망하자 권력을 승계했다. 이후 온갖 부정선거를 통해 정권을 연장, 3번 째 임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부정선거 후유증이 연간 심상치 않은 게 아니다.
게다가 트럼프의 재집권과 함께 미국의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마두로체제의 몰락이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는 것.
아바나, 평양, 테헤란, 모스크바, 베이징에서 들려오는 소식들도 그렇다. 하나같이 멀쩡한 것 같았다. 그러다가 찾아ㅇㅎ는 돌연사를 예감케 하고 있다고 할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100만 가까운 사상자를 냈다. 그 전쟁을 피해 100만이 넘는 젊은 엘리트들이 해외로 탈출했다. 인력난에 경제가 말이 아니다. 그 러시아에서 들려오는 것은 자포자기의 몸부림뿐이다.
베이징 발 뉴스들도 온통 어둡기만 하다. 경제는 엉망이고 군부가 동요하고 있다. 알고 보았더니 중국의 인민해방군은 대만침공 능력도 없는 종이 호랑이다. 이런 소식이 난무하는 가운데 시진핑은 어쩌면 집권 이후 ‘최악의 해’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겉만 봐서는 멀쩡해 보인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이미 일종의 사후경직 증상을 보이고 있다는 신호로 보인다.
‘서서히, 그러다가 갑자기’- 이 규칙은 입법권력 독재가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고 있는 한국정국에도 적용되는 것은 아닐까.
새해가 됐나 싶더니 1월도 어느덧 마지막 주이고, 곧 2월이다. 시간은 참으로 더디 가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입법독재의 주역인 민주당의 이재명을 겨눈 사법시계는 결코 멈추지 않았다.
이재명의 선거법 위반 2심 결심공판이 2월 26일로 다가온 것이다. 바로 뒤이어 열릴 선고공판에서 1심대로 유죄가 확정되면 이재명의 정치생명은 사실상 끝난다. 거기에다가 위증교사 2심도 곧 열리고 이 역시 유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더 심각한 재판을 앞두고 있다. 북한 불법송금 사건 재판이다. 공범인 이화영이 관련 재판 이미 2심에서 7년 8개월 형의 중형을 받았다. 이 재판에서 주범인 이재명이 유죄로 확정되고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그리고 뒤이어 대장동에….
초조, 불안, 분노, 그러다가 자포자기. 그 가운데 잠 못 이루는 이재명. 그 시즌이 마침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