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해 소망, 온 겨레의 대합창

2025-01-02 (목) 04:11:13 정기용 전 한민신보 발행인, VA
크게 작게
새해가 오면 누구나 나름대로의 소망에 들뜨기 마련인데 올해는 그런 의욕이 피어나지 않는다. 지난 한해는 실로 악몽의 해였다. 전 국민이 다 함께 분노와 절망, 그 테두리를 헤어나지 못하고 좌절했던 한 해였다. 일 년 내내 멈춤이 없었던 정치싸움, 그로인해 파생한 갖가지 부조리, 억지, 사기극들은 국민의 분노를 증폭시켰다. 순진한 국민을 기회주의자로 만들었고 심지어 변절, 타락자를 양성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 최악의 상황을 연출해 낸 것은 윤석열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 당이었다. 또한 의회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였다. 더하여 대형 항공기 사고가 일어나 전 국민의 우울증을 더해 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여야가 죄행을 연출하게 만든 것은 우리 국민 모두가 주인공이고 책임져야 마땅하다는 지탄에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새해가 왔어도 결정적 사회 파탄을 일으킨 윤석열은 대통령 직함을 버리지 못하고 악을, 악을 쓰며 변명, 살아남을 궁리에만 여념이 없다.

야당 대표 이재명 또한 단군 이래 최대의 범죄혐의를 감추고 어떻게든 대선 출마를 해보려고 혈안이 돼 있다. 정치 사기꾼들의 현혹에 최면당한 국민들의 눈은 모두 감겨 있다. 우리 국민들의 눈에는 정의가 안 보이고 화해, 협치, 도덕이라는 단어가 뇌리에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다.

한번 고집을 세우면 절대주의에 빠져버리고 마는 ‘확증 편향증(Confirmation bias)’에 취해 있다. 그러니 최선의 길을 모색하려는 용기와 발상이 나올 수 없고 화합과 정의는 오히려 공포, 두려움의 대상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두 마리의 악마가 모두 멸망해야 하는데 두 마리 악마 가운데 한 마리만 제거돼도 천사의 세상이 오리라고 믿는 편향증에 중독돼 버린 상태인 것 같다. 무속인 집단 세뇌에 빠져들어 손 바닥에 ‘왕(王)’자를 새기고 나온 후보자에게 표를 안겨 대통령을 만든 것이 우리 국민이다.

국고금을 마구 털어 25만원씩 살포하겠다는 매표사기 선심공세에 소중한 표를 몰아주어 단군 이래 범죄혐의 이재명의 민주당에 의회를 점령하게 해준 것도 우리 국민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헌법 질서가 마구 짓밟히고 도덕정치는 자취를 감춰 버렸다. 외교 채널조차 질서를 잃고 경제상태는 생사를 넘나드는 지경에 놓여 있다.

지식층 양심세력이 혼비백산 사라져 버렸거나 침묵 또는 기회주의로 타락해 버린 것 같은 상황이다. 이쯤 되면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 빈 마음, 곧 자성청정심을 갖고 모든 경계에 상응하라)’의 선입관념을 놓아버리고 본래심으로 절망의 벽에 부딪친 채 새해를 맞는다.


나는 감히 양심세력을 자처할 수 있는 지도자들에게 혁명의 깃발을 들어 올리라고 촉구하고자한다. 어느 인물인가가 그렇게 하리라고 믿는다.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 현실적으로 윤석열은 이미 몰락했고 이재명의 ‘비호감도’는 조사 때마다 60%에 육박하고 있다. 그의 마각이 드러나면 지지도 30%마저 급락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예측이다.

새해에는 온 겨레가 루트비히 베토벤의 교향곡 9번(Symphony No 9) 대합창을 부르는 한 해가 되기를 염원해 본다. 이 곡은 베토벤이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 <환희에 부쳐, An die freude>에 곡을 붙인 합창(Choral Symphony)이다. 단결의 이상과 모든 인류의 우애를 찬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인간 모두의 희로애락에 대한 깊은 공감과 해석, 철학과 종교 사상을 최고의 음악으로 표상하려 했다. 처음에는 ‘자유의 송가’라고 하다 ‘환희의 송가(ode to Joy)'로 불리는 전 인류의 곡이다. 베토벤은 교향곡의 격식을 뛰어넘어 인간의 목소리를 도입했다. 인간의 소망을 갈구한 탓일까, 전 인류의 혁명곡이다.

체코에서 전국적으로 확산된 민주화 요구로 사회주의 정권이 붕괴, 이를 기념하기 위해 연주되었다(체크 ‘프라하의 봄’에도, 중국 천안문 항쟁 때도 이 곡이 울려 퍼졌다). 독일 분단 시절 동서독이 공동으로 입장하거나 할 때 국가 대신 쓰이기도 했다. 유럽연합의 전신인 유럽공동체(EU)는 ‘유럽 찬가'로 지정, 유럽 연합을 대표하는 공식음악으로 채택했다. 남미 칠레의 피노체트 군사정권을 타도한 데모 군중도 이 노래를 열창했고, 혁명 신생국 로디지아, 코소보는 애국가로 이 곡을 채택했다. 올해 한반도 온 겨레가 평화, 통일, 정의사회를 구현하고 대합창을 목청껏 부를 수 있다면 여한이 없겠다. 우리 민족의 ‘혼’ 아리랑도 함께 따라 울리리라 믿는다. 나의 새해 소망이다.

(571)326-6609 

<정기용 전 한민신보 발행인, VA>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