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엄령 사태 한인 반응
▶ 45년만의 계엄선포 ‘충격’
▶ “평화적으로 해결되길”
▶ 일부 보수단체들 “지지”
▶ 영사관 앞에선 항의시위
비상계엄령 발표 소식에 한국시간 4일 새벽 한국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몰려든 시민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
LA 시간으로 3일 새벽 긴급 타전된 한국의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LA 한인들은 155분만에 한국 국회 표결을 통해 참석 의원 만장일치로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이 통과되고 이어 열린 국무회의 의결로 공식적으로 비상계엄이 종료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인들은 45년만에 한국에서 선포된 비상계엄령에 충격을 표하면서 한국에서 시시각각 타전되는 계염 관련 속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주 한인사회가 고국에서 타전된 비상계엄령 관련 뉴스들을 깊은 관심을 갖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이날 ‘미국의 한인들은 서울에서 벌어진 상황들을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라는 기사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령에 따른 현지 한인들의 반응을 이같이 소개했다. 버지니아주 애넌데일에서 보험회사를 운영하는 김종준(56)씨는 계엄령 선포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놀라고 충격을 받았다”고 NYT에 말했다.
그는 1998년 대학원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이주한 뒤엔 이전만큼 고국의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이날 여의도 국회 밖의 시위 장면을 보며 과거 전두환 정권에 맞서 거리로 나섰던 1980년대 시절이 떠올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떠난 후 한국이 많은 것을 성취했는데 “정치가 왜 80년대로 돌아가는지 모르겠다”며 지금의 한국 정치 상황이 “조금 부끄럽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한국의 민주주의 시스템이 이 폭풍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도 강조했다.
한인단체 미주한인협의회(CKA)의 에이브러햄 김 사무총장은 계엄령 해제 전 입장문에서 “한국이 강력한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계엄령이 평화적으로 해제되길 바란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LA에서는 진보 단체들과 일반 한인들이 군사독재 시절도 아닌 2024년도에 군대를 동원한 비상계엄령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에 반발했다. 반면 일부 보수 단체는 발빠르게 계엄령 지지 성명을 발표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슬그머니 묻혀 버렸다.
LA 지역 11개 진보단체는 이날 정오 LA 총영사관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을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국회에서 190명 참석자 전원 만장일치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청원이 가결된만큼 윤 대통령은 법의 심판을 받아야”한다고 주장했다. 집회를 주도한 김기대 평화의교회 담임목사는 “윤 대통령이 계엄을 시도했던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었다”며 “애써 이룩한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반해 계엄령이 선포된지 몇 시간 만에 국제자유주권총연대 등 일부 보수 단체들은 보수 성향의 한 인터넷 매체를 통해 비상계엄 지지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26개국 69개 단체 명의로 발표된 성명에서 이들은 “750만 해외동포들을 대신해 국제자유주권총연대 모든 대표들은 윤 대통령의 ‘제2의 건국’에 가까운 혁명의 결단에 무한한 지지와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태랑 자유민주통일미주연합 회장 등 LA 지역 보수 인사들은 이날 오후 옥스포드 팔레스호텔에서 긴급 회동을 열고 “어처구니 없이 종료된 계엄령에 대한 보수 단체들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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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