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자유를 찾아 영국에서 낯선 이국의 땅, 네덜란드로 이주한 청교도의 이민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네덜란드에서 신앙의 자유는 어느 정도 보장되었지만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경제적으로 핍절했다.
당시 청교도 이민자의 목회자였던 존 로빈슨(John Robinson)목사는 성도를 교회에 불러 모았다. 그 자리에서 구약 성경 에스라 8장 21절을 펼쳐 읽고 강론했다. “나는 오늘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나안 땅을 허락해 주신 것처럼 우리에게도 새로운 땅을 선물로 주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더 이상 낯선 이국땅에서 방황하지 말고 우리 모두 신앙의 자유가 보장되는 아메리카로 건너가십시다.” 17세기 초 엘리자베스 1세 다음에 영국의 통치자가 된 제임스 1세 때의 일이다. (로드 그래그의 ‘The Pilgrim Chronicles' 중에서)
로빈슨 목사는 꿈을 심어주는 사람이었다. 로빈슨 목사의 설교는 미래의 꿈으로 가득 찼다. 이국땅 네덜란드에서 청교도들이 좌절하고 낙심하였을 때 로빈슨 목사의 꿈이 담긴 설교는 밤하늘의 별빛 같았다. 이 설교 하나가 청교도들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18세기 미국 건국의 견고한 초석이 로빈슨 목사의 설교를 들은 소수의 청교도들에 의해 정초(定礎)되었다.
1세기 지중해 연안의 작은 도시 다소에서 태어난 바울은 유대인과 이방인이 함께 구원받아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것을 꿈꿨다. 다소와 안디옥 교회에서 품은 이방인 선교의 꿈이 바울을 지중해의 여러 도시와 로마로 향하게 만들었고 신약성경의 절반을 기록한 성자가 되게 했다.
목숨을 건 강렬한 선교의 꿈이 세계 역사를 바꾸어 놓은 것이다. 중국 내지선교회를 창립한 허드슨 테일러의 꿈의 위력을 보라. 허드슨 테일러의 사후에 무려 828명의 선교사가 중국으로 들어왔다. 중국 선교의 찬란한 꽃은 피웠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한 사람의 가슴에 품었던 강렬한 꿈 때문이다. 높고 강렬한 꿈은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로 인류를 이끈다. 새 역사의 지평을 연다. 인류를 위해 봉사하고 싶은 사람은 먼저 창조주 하나님이 주시는 강렬한 꿈으로 자신의 가슴을 채워야 한다.
저녁마다 서점 앞을 지나가는 가난한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책을 좋아했다. 서점 앞 쇼윈도를 지나칠 때마다 책 사 보고 싶은 마음이 솟구쳐 올랐지만 소년은 돈이 없어서 책을 사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소년에겐 안타까운 일이 생겼다. 쇼윈도의 진열된 책의 페이지가 날마다 고정된 채로 펼쳐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소년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서점 쇼윈도 앞에 멈춰 서서 책을 읽었다.
어느 날이다. 서점 쇼윈도에 눈을 갔다댄 순간 소년은 짐짓 놀랐다. 어제 읽었던 책장이 넘어가 다음 페이지를 가리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매일 찾아와 책을 읽고 가는 가난한 소년을 위해 서점 주인은 매일 책장을 넘겨 놓기로 마음먹었다.
소년은 열렬한 독서광이 되었다. 어른이 되어서는 유명한 작가가 되었다. ‘잃어버린 꿈을 찾아서’라는 책을 읽었다. 문득 사도 바울, 로빈슨 목사, 무명의 서점 주인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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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