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 생각] 가장 소박한 버킷 리스트

2024-10-31 (목) 안정수/용커스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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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생활 어언 45년. 항공편과 차량 나들이는 해보았으나 기차 여행은 미래의 기대속으로만 남겨 두었었는데 마침내 기회가 왔다. 미네소타주에 계시는 어머님을 뵙기위해 열차편을 알아보니 19시간 정도 걸린단다.

“이 정도면”⋯하고 아내와 아들 며느리에게 통보를 했다. 아들이 19시간이 아니라 34시간 이라고, 그 나이(?)에 무리라고 강력하게 반대를 해 꼬리를 내릴수 밖에 없었다. 아들이 “아빠 그러시면 Metro North Rail Road를 이용해서 포킵시에 다녀오세요”라고 말한다. 최선 안되면 차선선택이 아니함만 못하진 않겠다 싶어 수락을 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Hasting-On-Hudson 동네에 주차하고 일단 편도 표를 구입했다. 나는 시니어 혜택으로 반값 아내는 제값을 냈다.


기차 탑승후 왼쪽 창가쪽으로 둘이 앉았다. 잠시후 유니폼을 입고 모자를 쓰고 수염을 기른 검표원이 표검사 .표에 구멍을 뚫고 좌석 뒷쪽에 검사했다는 다른 색깔의 표를 꽂았다. 아니 내가 지금 최첨단의 지역 뉴욕에 사는것이 맞나 싶었다. 어릴적 한국에서의 기차여행이 생각나서 충격 아니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오래전에 처제들이 방문 와서 자매들 셋이 맨하탄으로 열차 타고 가면서 했다는 말이 떠올랐다. “아니 지금이 구석기 시대도 아니고 미국에서⋯”라고.
창밖으로 펼쳐지는 허드슨 강변의 절경이 이어지는 단풍들. 과도하게 볼거리에 심취해서는 안되는데 이 정도의 즐거움과 기쁨은 우리 부부에게 최소한의 보상이라고 생각했다.

중간에 Croton-Harmon에서 갈아탔는데 대합실 역시 60년대 시골느낌이었다. 간단한 점심후 덤으로 다음 목적지 Walking over the Hudson Bridge 로 향했다. 높이 64.6미터, 까마득하게 몇사람 걷는 것이 보였다.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가보니 아직 운행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라는 것이 아주 심플해보여 괜찮을까 하는 마음이었는데 입구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아내와 두손을 꼭잡고 걷기 시작했는데 다리 위에서 보는 황홀한 강변 풍경과 다리밑으로 다니는 유람선들이 참으로 푸근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한 40분 정도 걸으니 반대편에 도착해 잠시 쉬고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중간에 Trolley 같은 차량이 장애인과 연세 드신 분들을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한참 걸어 엘리베이터 있는 지점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가니 순식간에 아래로 무사히 안전하게 도착했다. 이래서 기차여행에 더해서 다리에서의 기쁨까지 Buy one Get one Free여행을 마쳤다.

하행선은 오른쪽에 착석했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하루를 즐길수 있는 열차여행이 있었는데 이를 모르고 지냈다. 단풍 지기전에 열차여행을 강력히 추천한다.

<안정수/용커스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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