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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 무단횡단 처벌 못한다

2024-10-31 (목) 이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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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단횡단 합법화 조례’ 발효⋯120일 후인 내년 2월말부터 시행

▶ 특정인종에 단속 집중 비판 제기따라 조례 만들어져

▶ “빨간불·횡단보도 아닌 지역에서 통행우선권은 아냐”

앞으로 뉴욕시에서 무단 횡단을 해도 처벌받지 않게 된다. 뉴욕시가 ‘무당횡단’을 합법화하는 내용의 조례가 발효됐기 때문이다.

30일 뉴욕시에 따르면 뉴욕시의회는 지난달 26일 무단횡단 항목을 삭제하고 그에 따른 운전자·보행자 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일명 ‘무단횡단 합법화 조례안’(Int.346-A)을 통과시켰으며 에릭 아담스 뉴욕시장이 지난 30일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지난 26일부터 조례가 자동 발효됐다.


이에 따라 무단횡단 합법화 조례는 발효일로부터 120일후인 내년 2월말부터 시행된다.
새 조례는 교통 신호를 무시하고 길을 건너거나 횡단보도 이외의 지역에서 횡단하는 행위가 불법이 아니며 경찰의 단속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보행 신호등이 빨간불이거나 횡단보도가 아닌 지역에서 보행자는 통행 우선권을 갖는 것은 아니며, 통행권이 있는 차량 등 다른 교통 수단에 양보해야만 한다. 또한 새 조례에는 무단횡단 합법화에 따른차량 운전자와 보행자에 대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뉴욕시의 이번 조치는 뉴요커들에게 관행화된 무단횡단을 법적으로 허용한 사례다.
뉴욕시는 1958년부터 무단횡단을 금지하는 조례가 시행됐으며, 현재는 위반 시 최대 25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불법화가 무단횡단을 억제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단속이 주로 흑인과 라틴계에 집중되면서 무단횡단 단속 규정이 공권력의 인종차별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실제 뉴욕시 기록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이뤄진 무단횡단 단속 건수 361건 중 90%가 흑인 또는 라틴계로 파악됐다. 올해 상반기 역시 무단횡단 단속으로 발부된 티켓은 786장 가운데 흑인과 라틴계에게 발부된 티켓은 각각 전체의 51%와 26%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백인에게 발부된 무단횡단 티켓은 15%에 불과했다.
이 조례안을 발의한 민주당 시의원들은 무단횡단에 대한 법 적용이 인종차별적이라며 유색인종에게 불이익을 주는 법은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경찰이 무단횡단 단속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되면 범죄 등 중요한 문제에 집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조례에 반대한 의원들은 무단횡단을 허용하면 더 많은 충돌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뉴욕시장실 대변인은 이와관련 “무단횡단은 위험한 행동이며, 교통사고를 유발할 경우 여전히 민사 책임을 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 교통당국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약 200명이 무단횡단으로 사망했으며, 이는 전체 보행자 사망자의 34%에 달한다.
한편, 뉴욕시에 앞서 덴버,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캘리포니아, 네바다, 버지니아 등도 무단횡단에 대한 처벌을 폐지한 바 있다.

<이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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