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격찬받은 김은선 지휘, 성악과 오케스트라 조화이룬 환상적인 무대
‘트리스탄과 이졸데’ 2막 사랑의 이중창 장면.<사진 SF 오페라>
음악은 마약이다. 음악을 중독성있는 약물로 표현하곤 하는 것은 음악만이 줄 수 있는 비현실적인 도취성때문일것이다. 특히 바그너의 작품들이 그러한데, 길고 지루하지만 속세의 징검다리라고나할까, 잠깐의 지루함만 견디면 황홀한 피안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바그너 음악만의 특성이기도 하다. 전세계에 바그너 매니아들이 퍼져있는 것도, 바그너 협회를 중심으로 뭉쳐있는 것도 이러한 중독성때문이겠지만 아무튼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그리고 ‘니벨룽겐의 반지’같은 작품만큼 사람을 다른세계로 인도하는 작품도 없을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가 김은선의 지휘로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공연 중에 있다. 19일 막을 연 이 작품은 SF 오페라와 2031년까지 계약을 연장한, 김은선의 존재가 왜 필요한지를… (인터미션 포함) 무려 4시간 45분이상 걸리는 이 작품을 스태미너 측면에서… 리더십이나 음악성의 측면에서 의구심을 한꺼번에 날려버린, 김은선에 의한 김은선을 위한 극기의 예술로서까지 승화시킨 환상적인 공연이기도 하였다. 물론 이날의 성공은 김은선 혼자만의 힘은 아니고 김은선의 지휘봉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오케스트라 그리고 이졸데 역의 소프라노Anja Kamp, 트리스탄역의 테너Simon O’Neill, 한국인 베이스 연광철 등이 함께한 드라마였다. 특히 소프라노Anja Kamp와 테너Simon O’Neill등은 오케스트라와의 이중주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일등공신들이자 격찬받아 마땅한 성악적 승리이기도 하였다.
3막의 클라이막스 ‘사랑의 죽음’ 장면으로도 유명한 이 작품은 소프라노Anja Kampe와 김은선이 이끄는 오케스트라와의 완벽한 이중주로 이날의 대미를 훌륭하게 장식했고 테너Simon O’Neill 또한 2막 사랑의 이중창 포함 장장 2시간 이상을 노래해야하는 긴 여정을 시종 흔들림없이 윤기있는 목소리로 일관, 이날의 성공적인 공연을 뒷받침했다.
소프라노Anja Kampe는 SF 오페라와 13년만에 (바그너의 ‘발퀴레’이후) 재회, 리턴 무대를 성공적으로 치러냈고 테너Simon O’Neill 또한 지난해 바그너의 ‘로엔그린’의 이후 1년만에 다시 SF 무대에서 성공적인 공연을 치러냈다.
오페라 최고의 고전 중의 하나로 꼽히는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당대에만 해도) 어렵고, 이해하기 힘은 오페라였을 뿐아니라 음악사에서도 무조음악시대를 열어젖혔다는, 실험정신이 깃든 중요한 작품이기도 하였다. 1865년 뮌헨에서 초연됐는데 그에 앞선, 77회의 리허설에도 불구하고 당시로선 연주 불가능 작품으로 낙인 찍히기 조차했다. 바그너는 이 작품의 환상적인 무드를 위해 무조음 혹은 ‘트리스탄의 화음’이라 불리우는 유도동기(모티브 선율)를 사용하게 되는데 다소 모호한 심리학적 밑바탕이 깔려있기때문에 언뜻 어둡고 처연하게 들려오지만 인간의 본질적인 갈망과 늘 사랑을 추구해 나가는 애정의 존재로서,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불협화음은 불안한 떨림 속에서도 어딘가 인간적이며 또 그 본능을 자극하는 아름답고도 로맨틱한 감흥으로 청중을 감동시킨다. 그것은 또한 바그너 자신이 체험했던,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체험을 그린 작품이기에 가능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트리스탄과 이졸데’ 만큼 인류 모두가 가지고 있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공통분모… 그 모순과 갈망의 본질을 솔직하고 강렬하게 표현한 작품도 없다할 것이다.
SF 오페라는 창단 4년만에(1927년)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바그너 작품 중 첫번째로 무대에 올린 바 있으며 그간 19차례, 2008년 이후 18만에 다시 오페라 팬들을 바그너의 성지로 이끌고 있다. 남은 공연 : 10월27일(오후 1시), 11월1일(오후 6시), 11월 5일(오후 6시) 티켓 : www.sfoper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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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