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무중 총격경찰 유죄 첫사례 총격 필요성 여부에 초점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정신건강 문제가 있던 46세 남성을 총격 사살해 기소된 경찰에게 유죄 평결이 내려졌다.
이번 평결은 그동안 경찰 총격사건의 주요 쟁점으로 여겨지던 총격의 정당성이 아닌 필요성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던 것으로 나타나 뉴저지 포트리의 빅토리아 이씨 사망사건의 형사 소송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텍사스 트래비스카운티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2019년 7월31일 오스틴 중심가의 아파트에서 정신건강 문제를 겪으며 칼을 들고 있던 마리우스 데실바를 총격 사살한 경관 크리스토퍼 테일러에게 치명적 행위(deadly conduct) 혐의에 대해 유죄로 평결했다.
치명적 행위 혐의는 텍사스에서 2~10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중범죄다.
당시 현장에 있던 테일러 등 경찰관 4명은 데실바가 자신의 목에 칼을 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경찰이 칼을 내려놓으라고 명령했으나 데실바는 칼을 잡고 경관들을 향해 걸어갔다.
테일러 등 경찰 2명이 실탄을 발포하고, 1명은 테이저건을 쐈다. 발포 당시 데실바는 경찰로부터 7~10피트 떨어져 있었다. 총에 맞은 데실바는 같은 날 병원에서 사망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치명적 무력이 필요한 사건이 아니었다. 완전히 비극을 피할 수 있었음에도 도움을 요청하는 이를 경찰이 쏘아 죽였다”고 말했다. 피고측 대리인은 “데실바가 칼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경찰의 총격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배심원단은 오랜 심의 끝에 테일러 경관에게 유죄 평결을 내린 것. 결국 근무 중 경찰의 총격이 정당했는지가 아닌 총격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았고 피할 수 있었다는 검찰 측 주장에 배심원단이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다. 이번 재판은 텍사스 트레비스카운티에서 경찰관이 근무 중 총격 사건으로 유죄 평결을 받은 최초의 사례로 여겨진다.
더욱이 이 사례는 한인사회를 공분에 빠뜨린 지난 7월28일 포트리에서 발생한 정신건강 문제로 도움이 절실했던 빅토리아 이씨가 출동한 경찰의 총격에 의해 사망한 사건과도 매우 유사하다.
당시 현장에서 이씨와 함께 있던 어머니와 오빠는 이씨가 위험한 상태가 아니라며 진정할 수 있도록 시간을 달라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거듭 요청했으나, 경찰은 이를 무시하고 과잉 진압으로 일관하면서 결국 아파트 문을 강제로 부수고 수초 만에 이씨의 가슴팍에 총격을 가했다.
이씨에게 총격을 가한 토니 피켄스 주니어 경관 등에 대한 뉴저지주검찰의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씨 가족과 한인사회에서는 당시 경찰의 불필요한 대응과 총격이 비극을 야기한 근본 이유라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
서한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