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놀룰루 총영사관서 현지 남성직원 체포
▶ 계속되는 성비위 사건 “공관 기강해이” 질타
한국 외교부가 해외 공관 직원들의 잇단 성비위 사건과 관련해 대응 수위를 높이는 지침을 시행 중인 가운데 미국 내 재외공관에서 또 다시 직원이 연루된 몰카 성범죄가 발생, 한인사회와 외교가가 발칵 뒤집혔다.
하와이의 호놀룰루 총영사관 내 여성 탈의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20대 한인 남성 직원이 경찰에 체포된 것이다.
지난 10일 현지 방송인 KITV4는 호놀룰루 총영사관(총영사 이서영)에 근무하는 최모(25)씨가 영사관 내 여성탈의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KITV4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 4일 누우아누 지역에 위치한 호놀룰루 총영사관 여성 탈의실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설치하고 옷을 벗고 있는 여성을 녹화해 사생활을 침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당시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 입던 여성 직원이 작은 구멍이 있는 블랙박스를 발견하고 열어 보니 최씨의 휴대전화를 통해 탈의하는 모습이 녹화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체포된 최씨에 대한 보석금은 10만달러가 책정됐다.
외교부에서 재외공관 성추문 사건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장 시끄러웠던 것은 이른바 ‘상하이 스캔들’로, 지난 2011년 중국 상하이 주재 외교관들과 중국 여성이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한국 정부 핵심 자료를 유출한 사건이다. 당시 영사들은 이 중국 여성에게 한국 비자를 부정발급해 주고, 한국비자 신청대리권도 준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에는 칠레 주재 공관서 일하는 외교관이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사실이 현지 방송을 통해 적발돼 파문이 일었다. 2017년에도 에티오피아 대사가 2명의 부하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된 바 있다.
반면 지난 2020년 LA 총영사관에서 근무하던 중 영사관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가정보원 전직 간부는 2023년 대법원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의 추행 고의가 증명되지 않는다”며 무죄 확정 판결을 받기도 했다.
한편 한국 외교부는 해외 공관 직원들의 잇단 성비위 사건을 막기 위해 각 공관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해온 성비위 사건 처리를 외교부 본부로 일원화하고, 가해자에 대한 ‘무관용 원칙’ 등의 내용을 담은 ‘성희롱ㆍ성폭력 예방 및 처리 지침’을 2021년 1월부터 시행 중이다.
이에 따라 재외공관은 성비위 사건을 접수하는 즉시 외교부 본부에 보고하고 지휘를 받고 있다. 일부 총영사관과 대사관에서 발생했던 성추행 사건처럼 공식 절차를 밟지 않고 현지에서 무마되거나 제대로 징계가 이뤄지지 않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가해자에 대한 제재도 강화됐다. 성비위 징계 처분을 받은 직원에게는 성과등급뿐 아니라 공직 경력관리의 기본이 되는 인사등급에서도 당해연도 최하위등급을 부여한다.
<2면에 계속·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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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