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후보 대신 AI 로봇과 토론?
2024-10-13 (일)
유제원 기자
벤틀리 헨젤 돈 바이어
이미 공장이나 농장, 사무실에서도 로봇이 사람을 대신하고 있는 가운데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로 인해 앞으로 보다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전망이다. 많은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고 학습할 수 있는 AI 기술은 이미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으며 심지어 인류의 미래는 AI에 달렸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버지니아 연방하원 8지구에 출마한 무소속 벤틀리 헨젤(Bentley Hensel) 후보는 상대후보인 민주당 돈 바이어(Don Beyer) 의원이 후보 토론회를 거부하자 그를 대신해 AI 로봇과 토론회를 하겠다고 제안했다.
5선의 바이어 의원은 3명의 도전자가 있지만 별다른 위협이 되지 못해 당선이 유력한 상황이다. 때문에 이미 한 차례 토론회에 참석했던 그는 더 이상 토론회가 필요 없다는 입장이지만 헨젤 후보는 계속해서 그와 토론하길 원하고 있다.
오는 17일로 예정된 2차 토론회에 바이어 의원이 불참하기로 한 가운데 헨젤 후보는 그를 대신할 AI 로봇을 만들어 토론회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헨젤 후보는 오픈AI의 챗GPT를 이용해 텍스트 기반의 AI 로봇을 만들어 ‘돈-봇’(Don-Bot)이라고 명명했다. 돈-봇은 사용자가 질문을 입력하면 바이어 캠페인의 웹 사이트와 보도자료, 각종 뉴스 등을 바탕으로 적절한 답변을 찾게 된다. 헨젤 후보는 “꽤 정확한 답변을 제공한다”며 “예를 들어 돈-봇에게 ‘여성이 낙태할 권리가 있습니까?’라고 물으면 ‘물론입니다’라고 답하고, 바이어 캠페인의 링크를 포함해 편견 없이 그를 대신해 정확하게 답변하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후보를 대신할 AI 로봇을 만드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까. 대다수 선거 전문가들은 AI 기술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바이어 의원이 이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술을 제공하는 오픈AI가 지난 9일 ‘돈-봇’ 계정을 차단하게 되면서 해프닝으로 끝나는 듯 했으나 헨젤 후보는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돈-봇’을 만들고 있다. 그는 “당신이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출마했다”며 “현직 의원과 토론하고 싶고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의 해결책을 찾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자신했다.
이에 대해 바이어 캠페인의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캠페인 관계자는 로이터 뉴스를 통해 “누군가 AI를 악용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짓 정보를 퍼트릴 수 있는 만큼 이를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 필요하다”며 “바이어 의원은 연방의회에서 이와 관련해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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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