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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롱하고 일그러진 진주, 바로크 음악의 진수 선보여’

2024-10-11 (금)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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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MSA주최 손민수 독주회, 바흐의 골든베르그 변주곡연주

‘영롱하고 일그러진 진주, 바로크 음악의 진수 선보여’

공연후 팬들에 둘려 싸여 기념촬영하고 있는 손민수 교수

KAMSA(한국 음악인 후원인 협회)가 주최하는 피아니스트 손민수 독주회가 10월6일 쿠퍼티노 퍼포밍 아트 센터(Visual and Performing Arts Center)에서 열렸다.

청중 약 3백 여명이 모인 이날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손민수는 바흐의 골든베르그 변주곡 단 한 곡으로 영롱하지만 일그러진 진주, 바로크 음악이 무엇인가 그 진수를 선보여 갈채받았다.

다소 차분한 스타일로 골든베르그 변주곡 연주에 임한 손교수는 과장된 제스쳐 없이 시중일관 학구적인 태도로 1시간20분이라는 긴 시간의 대곡을 소화해 냈고 어려운 고비에도 당차며 절제를 갖춘 품격있는 모습으로 이날의 연주회 분위기를 장악해 나갔다.


서양음악의 마스터피스로 불리우는 바흐의 골든베르그 변주곡은 건반음악 중 최상위에 속하는 곡으로서 일찍히 손민수 피아니스트는 “바흐의 예술은 ‘골드베르그 변주곡’, ‘B단조 미사’, ‘평균율 피아노 곡집’밖에 없다는 말로 골드베르그 변주곡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서양음악의 아버지 바흐의 여러 얼굴 중에서 특히 골드베르그 변주곡은 일반인들이 도전하기에 만만치 않은 곡에 속한다. 이곡은 제자 고틀리프 골트베르크에게 당시 신성 로마제국 주 러시아대사였던 카이저링크 백작의 불면증 치료를 위해 전해주라고 썼다는 일화가 있을만큼 30곡으로 이루어진 긴 변주는 지친 영혼에게 무한한 치유를 선사하지만 동시에 학구적인 해석이 필요한 난해한 곡이기도 하다.

공연후 가진 인터뷰에서 손민수 피아니스트는 “자신은 연주할 때 특별한 감정이나 어떤 인위적인 감동을 이끌어내려는 노력보다는 그때 그때의 즉흥적인 감흥을 즐기며 연주한다”며 연주가로서 무위의 예술철학을 내비쳤다. ‘이날의 연주를 만족스럽게 생각한다’는 손 교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피아니스트로서 먼저 갖추어야 할 소양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피아노 연습도 중요하지만 먼저 책을 많이 읽을 것을 주문해 음악인으로서의 전인교육을 강조했다.

뉴욕타임즈는 손민수의 바흐 음반에 대해 ‘아름답고 명료하며 빛나는 해석을 가진 음반’이라는 평과 더불어 그 해 최고의 클래식 음반 중 하나로 선정하였으며, 이례적으로 선데이 에디션에서 그를 ‘특별한 예술가’라 칭하며 주목해야 하는 피아니스트로 찬사를 보낸 바 있다. 손민수와 보스턴 심포니와의 협연은 CBS를 통해 미 전역에 생중계된 바 있으며 캐나다에서도 글렌 굴드 75주년 기념 콘서트로 메인 시간에 그의 실황 연주를 생중계 방송하였다.

3살 때 피아노를 시작한 손민수는 18세에 부조니, 클리블랜드, 힐튼 헤드, 호넨스, 루빈스타인 등 저명한 국제 콩쿠르에서 연이어 수상하였다.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에서의 변화경과 러셀 셔먼 등을 사사한 그는 이후 미시간 주립대학교 교수를 역임하게 된다. 손민수는 호넨스 국제 콩쿠르 우승 후 뉴욕의 카네기홀, 보스톤 심포니홀, 조단홀, 토론토 글렌 굴드 스튜디오, 샌프란시스코 헙스트극장 등 수많은 주요 무대에 올랐고 2015년부터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초빙되어 후학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임윤찬을 비롯 많은 국제 콩쿠르 입상자들을 배출해왔다. 현재는 캐나다의 호넨스 국제콩쿠르, 노르웨이의 탑어브더월드 국제콩쿠르 등의 심사위원으로 지속적으로 초빙되고 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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