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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기영화로 부동산 제국의 황제 오르기까지 과정 그려

2024-10-11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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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새 영화 ‘견습생’ (The Apprentice) ★★★½ (5개 만점)

▶ 권력과 부의 탐욕에 눈이 멀어
▶목적을 위해 윤리를 쓰레기 취급
▶주인공을 비인간적인 괴물로 묘사

트럼프 전기영화로 부동산 제국의 황제 오르기까지 과정 그려

악명 높은 변호사 로이 콘(왼쪽)이 트럼프의 통화 내용을 지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세바스티안 스탠)의 삶을 다룬 성격과 인물묘사의 전기영화로 그가 부동산 개발업자인 아버지 프레드(마틴 도노반)의 하수인의 자리에서 트럼프 타워를 세우면서 부동산 제국의 황제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다루었다. 그가 이렇게 성공하게 된 배후에는 트럼프를 자기 수하에 받아들여 수제자로 키운 악명 높은 변호사 로이 콘(제레미 스트롱)의 후원과 지도가 큰 역할을 한다. 영화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다룬 드라마라고도 하겠는데 콘과 트럼프를 모두 권력과 부의 탐욕에 눈이 멀고 목적을 위해선 윤리와 도덕을 쓰레기처럼 여기는 비인간적인 괴물로 묘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선거 팀은 영화의 개봉을 막으려고 소송 위협까지 했으나 대부분의 내용이 이미 알려진 사실이어서 오는 11월의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에게 별로 악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

영화는 코믹하면서도 마치 마피아의 범죄영화를 보는 듯이 스릴마저 있는데 프랑케스타인인 콘이 괴물 트럼프를 형성해가는 과정이 마치 아메리칸 드림이 악몽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내용이 깊이가 모자라고 피상적이긴 하나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함께 마치 타블로이드가 폭로한 유명인사의 비행과 비위를 읽는 것처럼 재미가 있다.

1970년대와 80년대에 걸쳐 진행되는 얘기는 트럼프가 아버지가 지은 아파트의 입주자들로부터 월세를 받으러 다니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아버지의 세력 하에서 벗어나려고 야심을 품은 트럼프는 어느 날 회원제의 고급 클럽에 들렸다가 클럽에 온 로이 콘의 눈에 들어 그의 수제자가 된다. 콘은 트럼프의 옷까지 골라주면서 트럼프를 키우는데 스승은 제자에게 세 가지 수칙을 알려준다. 1.공격하고 또 공격하라. 2.모든 것을 인정하지 말고 부인하라. 3.패배를 부인하고 승리를 주장하라. 이 세 가지는 그 후로 트럼프의 좌우명이 되고 있는데 그래서 그는 지금도 2020년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콘은 트럼프네 아파트가 입주자를 고르는 과정에서 흑인을 차별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한 것부터 검찰 측의 개인적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위협해 해결해 주면서 탐욕과 야망에 굶주린 트럼프를 서서히 아버지의 부하직원에서부터 벗어나도록 후원하고 지도한다. 트럼프가 아버지를 능가하고 독립적인 부동산 개발업자로 일어서게 되는 계기는 뉴욕 그랜드 센트럴 역 인근의 다 쓰러져가는 코모도어 호텔을 헐고 트럼프 타워를 세운 것. 여기서부터 트럼프는 아버지를 제치고 부동산 개발업계의 총아가 되는데 이렇게 콘의 지도하에 성장한 트럼프는 후에 콘마저 배신하고 따돌린다.

이와 함께 트럼프가 자신의 구애를 극구 마다하는 체코 태생의 패션모델 이바나(마리아 바칼로바)에게 끈질기게 접근해 마침내 자기 아내로 삼은 과정이 묘사되는데 트럼프는 결국 사업에 눈이 밝은 이바나에게 더 이상 매력을 못 느낀다고 선언하고 이바나를 배척한다.

배우들의 연기가 출중하다. 스탠은 제스처와 얼굴 표정이나 말투가 마치 진짜 트럼프를 보는 것같이 해낸다. 바칼로바도 잘 하는데 가장 훌륭한 것은 스트롱의 연기다. 그의 냉정한 표정과 날카로운 시선 그리고 속사포처럼 토해내는 대사야말로 상감이다. 지나간 시대의 뉴욕을 재현한 촬영도 좋다. 알리 아바시 감독.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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