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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칼럼] ‘자화’

2024-10-07 (월)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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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 안의 불꽃의 질과 양은 명품 백자를 만드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1,350'C에 도달한 백자의 원형이 형질 유지의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기이한 일이 일어난다. 자화현상이다. 이때 유약이 물같이 융해되고 용융점에 도달한다.
자화과정을 거친 백자는 갑자기 치밀한 밀도를 지닌 변형체가 된다. 이때 백자는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하다. 천 년이 되어도 변하지 않는 성질을 갖는다. 은은하고 강렬한 불꽃이 질 좋은 백자를 만든다. 가마 안의 온도가 일정하고 불길이 24시간 이상 그릇에 고르게 퍼지면 자화는 무르익는다.
(천한봉의 ‘흙, 물, 불, 바람의 소리’ 중에서)

자화(磁化)를 경험한 백자의 기능은 신비하다. 음식과 물을 담아놓으면 자연적으로 정수되고 변질되지 않는다. 백자는 열전도율이 빨라서 음식 조리에 편리하다. 백자는 다이아몬드로 상처를 냈을 때만 긁히는 정도로 강도가 견고하다. 백자의 수명은 천 년 이상이다. 대기권 고열을 막아내는 우주선 표면은 도자기 조각을 촘촘히 붙여 제조한다.

초벌구이로는 자화를 경험할 수 없다. 최소한 재벌구이를 통과해야 그릇은 자화를 경험한다. 가마 안의 온도가 850‘C에 도달하면 초벌구이는 완성된다. 하지만 이 그릇은 압력과 고온에 약하다. 유약을 발라 1350'C 고온으로 구워내는 재벌구이를 거쳐야 자화현상을 겪은 백자가 된다.


거치는 과정에 따라 그릇에 붙는 이름과 운명은 달라진다. 항아리는 3단계 과정을 거쳐 완성되고, 사기는 8단계로 마무리 된다. 백자나 청자를 구워내려면 최소 12단계, 70일이 소요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속성 과정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큰 그릇이 되기 힘들다. 쉽게 목표에 도달하려고 서두르는 사람은 탁월함과는 거리가 멀다.

자화는 다른 말로 말하면 고난이다. 고난은 학교다. 사람은 고난을 통해서 지혜를 배운다. 그 동안 깨닫지 못한 것을 고난을 거치면서 홀연히 깨닫는다. 고난은 우리가 진정한 인간이 되도록 만드는 최고의 교육기관이다. 인간은 흙에서 왔다. 하지만 인생이 흙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백자처럼 자화를 경험하고 승화되어야 한다. 위대한 토기장이이신 하나님은 우리를 그저 흙으로 살아가도록 편안하게 놔두지 않으신다. 때로는 알 수 없는 시련과 고난으로 만지시고 다시 빚으신다. 관솔불 같은 삶의 고난과 시련을 통하여 하나님 앞에 겸손히 엎드리고 배우게 하신다. 자화의 위대한 경지로 끌어올리기 위해 하나님은 그렇게 하신다.

당신은 자화를 꿈꾸는가. 고난을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말라. 그것과 진검승부(眞劒勝負)하라. 검증되지 않은 우연의 인생을 살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말라. 상처를 입더라도 믿음과 기도로 하나님의 검증을 받은 얍복강의 야곱처럼 되라. 야곱도 믿음으로 기도하기 전에는 고난이 인생의 스승이라는 것을 몰랐다. 헬렌 켈러는 말했다. “하나님의 축복은 고난을 가장(假裝)하여 올 때가 많다.”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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